• 동아일보 16일 사설 '남(南)의 정치 흔들려는 북(北), 민주의 뜻이나 아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가 전쟁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는 안경호 서기국장의 망언에 대해 “진실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거들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북측 민간단장 자격으로 광주에 와 있는 안 서기국장은 백낙청 남측 준비위원장이 두 차례나 유감을 표시하자 마지못해 “충언이나 고언으로 이해해 달라”고 둘러댔다. ‘민족끼리’와 ‘전쟁 화염’ 사이를 넘나들며 ‘고언’이라니, 사전(辭典)을 고쳐야 할 판이다.

    북은 우리 국민의 피땀어린 지원에 대해 고마워하며, 명실상부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진정성을 보여야 정상이다. 또 북은 민주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남을 배우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희망이 있다. 그런 북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운운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민의(民意)까지도 멋대로 흔들어보겠다는 오만방자한 망동(妄動)이다.

    오죽하면 그동안 북을 감싸왔던 정부여당과 이른바 진보진영조차도 문제 삼고 나오겠는가. 시인 김지하 씨와 이부영 전 의원 등 각계 인사 10여 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안 서기국장의 발언은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6·15 정신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어제 안 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은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사회의 바탕인 민의가 우리 정부의 이런 대응이나마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북이 몽니를 부릴 때마다 쌀 비료 등을 주며 달래던 노무현 정부조차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을 만큼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혈세를 퍼부어 북을 도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핵과 미사일 위협에다 민주질서까지 흔들려는 책동이니,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북이 6·15 대축전을 통해 남쪽을 이념적으로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정치 쇼’를 하고 있음도 우리 국민은 이미 간파했다. 남쪽의 분열만을 노린 통일전선전술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하루 빨리 상식에 입각한 대남 정책을 펴지 않으면 남의 우호세력으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