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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우호 세력만 남게될 헌법재판소

입력 2006-06-14 15:52 수정 2009-05-18 14:50

문화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회평 논설위원이 쓴 시론 '헌재의 재구성'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신임 대법관 후보 5인이 지난주 임명제청되면서 천정배 법무장관의 ‘족집게 예언’이 새삼 화제다. 그가 지난해 9월 사법연수원 동기들 모임에서 “이 중 적어도 세명은 대법관으로 임명돼야 한다”며 거명한 4인 가운데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후보 명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른 3인 중 2인은 이미 천 장관 발언 두달 후 대법관이 됐고, 1인은 대법관이 겸직해오던 법원행정처장이 됐다. 예언 9개월만에 100%+알파(α) 적중률을 보인 셈이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인 중 5인이 바뀌는 이번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 최후의 판갈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선택은 법원과 검찰 비율도, 남녀 비율도 4대1로 이변은 없었다.

취임 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거론해온 그의 ‘무난한’ 인선은 지난해 11월의 ‘코드인사’ 논란과 무관치 않다. 당시 새 대법관 2인을 서열중시 관행을 깨고 진보성향으로 채운 후 법원은 크게 동요했다. 퇴임 대법관의 직설적 비판, 현직 고참판사들의 줄사퇴 등을 겪은 이 대법원장으로서는 판을 더 흔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두차례 대법관 인사에서 ‘천정배 리스트’로 표현되는 여권의 복심(腹心)이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반영됐다는 것은 중요하다. 퇴임을 앞둔 강신욱 대법관이 얼마 전 “요즘 일부 단체는 판결로 법관을 디딤돌과 걸림돌로 나눈다”고 우려했듯이 대법관 인사가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정되는 대법원의 인적구성은 노 정권 임기를 지난 2009년초까지 바뀌지 않는다.

대법원 인선은 일단락됐지만 더 뜨거운 사법기관 인사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소 9인 재판관 가운데 소장을 포함해 과반인 5인이 8~9월중에 교체되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최고 권력자의 거취와 정권 필생의 국책사업까지 좌우할 만큼 위력적이다. 그러니 헌재의 재구성에 정치권, 특히 집권세력이 무심할 리 없다. 여권 인사 중에는 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이 나자 “사법 쿠데타”라며 ‘헌재 폐지론’까지 들먹이기도 했다.

현 재판관 가운데 전효숙·이공현·조대현 등 3인은 노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국회의 지명·선출 절차를 거쳐 임명했다. 이들은 동의대사건, 행정복합도시법 등의 결정과정에서 일관되게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춰왔다. 반면 퇴임할 5인 중 권성·김효종 재판관은 7대2로 각하된 행정복합도시법 때 위헌 의견을 냈고, 이 둘과 송인준 재판관 등 3인은 5대4로 각하된 동의대 사건에서 위헌 의견을 각각 냈다. 정권 입장에선 껄끄러운 인사들이 주로 퇴장하는 반면 우호세력은 그대로 남는 것이다.

더구나 새 재판관 5명은 대통령이 소장 포함 2인, 대법원장이 1인, 국회가 2인을 각각 지명 혹은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 몫은 물론, 대법원장 몫도 대법관 인사에서 빠진 개혁인사로 채워지리라는 예상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국회 몫 또한 임명권을 가진 노 대통령의 심중이 얼마간 반영될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의 새 진용은 특정 성향의 재판관이 위헌 정족수(6인)까지 포진하는 구도로 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 정권 특징의 하나는 의욕적으로 내건 정치적·정책적 결정들이 끊임없이 위헌시비에 휘말려왔다는 점이다. 지금도 헌재에는 신문법, 개정 사립학교법이 계류중이고 종합부동산법도 위헌법률심판 제청 대상에 올라 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제도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만든 제도가 헌법 저촉 시비에 걸려 있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 부동산제도는 5·31 지방선거 참패를 불러온 원인이기도 했다.

국정 현안들이 법정이나 헌재에서 결판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정권이 인사 개입 유혹을 느끼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법기관의 인위적 조정은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부르고, 사회적 갈등을 더 부추기게 될 것이다.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 인사에서 이념성보다 규범성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정권이 정말 신경써야 할 일은 헌재의 재구성보다는 헌재에 불려가지 않을 정책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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