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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 정치도 적과 동지의 문화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 경쟁의 문화로 바꾸어 나가자" "독선과 아집, 그리고 배제와 타도는 민주주의의 적이자 역사발전의 장애물" 이라는 등 옳은 말이 있음에도 여론은 비난일색이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가혹하리만큼 엄중한 심판을 내리고도 국민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쉽게 거두지 않고 있다. 선거 직후 나온 '한두 번 선거에서 지는 것이 내게 중요치않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과 또 국민을 가르치려던 이번 추념사는 일부러 비난여론을 조장한 듯한 느낌마저 준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뭐라고 하든'식 특유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공자님 말씀'을 되뇌고 있다. 적과 아군을 더욱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5.18을 집중 거론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7일 노 대통령의 추념사에 대해 "몇가지 언급은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원론적인 정치철학을 거론한 이 말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오히려 대통령이 국민에게 했다'고 보아야한다"며 노 대통령의 언사를 점잖게 꼬집었다. 그는 또 "이같은 정치철학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나올 시급한 말이 아니라 평소 실천을 통해 나타냈어야한다"며 "노 대통령은 아직도 지방선거 결과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넷심을 통해 살펴본 여론도 마찬가지다. "임기 3년동안 국론을 나눠놓고, 지역을 갈라놓고, 세대간 갈등을 심화시켜 사회전체를 분열시킨 장본인이 그런말 할 자격있나 묻고싶다"는 한 네티즌의 짤막한 코멘트에 4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조회했으며, 250여명이 공감을 표했다. '스스로의 독백이라면 그나마 다행' '추념사가 아니라 반성문이길 바란다'고 네티즌들은 기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찍어놓고 이민간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는 세간의 농담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대통령을 마음껏 비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며 이를 노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했다.
'노의 남자,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입각에 성공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노 대통령 조롱이 정신적인 국민스포츠가 됐다"고 말했을 정도로 노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사실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 장관의 당시 발언 역시 노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이 여론을 조장하고 '우매한' 국민들이 여기에 속고있다는 주장이었다.
집권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노사모는 '여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안해서' '무지한 국민들이 보수언론에 속아서'라고 진단했다. 또 개혁성을 잃어버린 여당의 '짬뽕이념'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무능과 오만으로 표현되는 노 정권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않고 있다. 지금 노사모는 '노무현 이후'를 준비하자고 한다.
7일 한 일간지가 조사한 집권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요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당발 정계개편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노 대통령에게만 집중되는 듯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위험해보인다. 노 정권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해서라면 겉모양 정도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