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 불똥이 정동영 의장의 사퇴에 이어 당 지도체제 정비문제로까지 옮겨 붙고 있다. 정 의장의 사퇴와 함께 ▲나머지 당 지도부도 전원 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지난 2․18 전당대회에서 차순위 득표를 했던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할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인데, 열린당은 이 문제를 오는 5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연석회의에서 앞서 김근태 최고위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도체제 정비문제가 표면적으로는 선거참패에 따른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속내는 당내 각 계파간 차기 대권구도를 의식한 모습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정 의장과 함께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혀왔던 김근태 최고위원인 만큼, 정계개편 개헌론 등 대선정국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시점에서 의장직 승계는 여권 내 대선 구도에 상황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1일 정 의장의 사퇴 직전에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기간 중에 정 의장의 정계개편 발언에 대해 “당을 떠나라”며 들이받았던 김두관 최고위원이 “김근태 최고위원이 승계해 당을 운영하는게 맞다고 본다”는 의사를 내보인 점이나, 정 의장과 가까운 김혁규 최고위원이 “이번 선거에서 지도부가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지도부 전원 사퇴 입장을 피력한 점도 이같은 상황 인식과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당 안팎에서는 의장직 승계 문제를 놓고 ‘(김근태 최고위원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여권 내 대권주자로 평가받으면서도 만년 ‘2인자’의 모습만을 보여 왔던 김 최고위원이 지금 시점에는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선거참패에 이은 지도제체 정비문제 등과 이와 맞물린 ‘대연합론’ 등 정계개편 등 향후 당 운영 방향을 놓고 벌어질 논의과정에서 계파간 갈등 폭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칫 지방선거참패 문제와 함께 이중의 책임 문제의 소용돌이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최고위원이 당내 ‘민주당과의 통합론자’들과는 ‘대연합론’을 중심으로, 강경·개혁그룹 진영과는 정신적 교감으로 각각 통한다고는 해도 일정 시점에선 한계에 직면할 것이며, 7·26 재보선을 앞두고있는 만큼 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당일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고 확실히 한 만큼 의장직 승계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우상호 대변인은 “김근태 최고위원은 모든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것이 당의 위기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과연 최선책인지에 대해 무거운 고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 최고위원의 당의장직 승계’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하나로 뭉쳐야 할 때’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절박한 심정이다. 정 의장도 1일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은 이제 열린당이 어떤 모습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딛고 일어서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절실한 각오로 고통을 밑거름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 의장은 지난 31일 밤 김 최고위원을 찾아가 만나, “질서 있게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장직 승계를 권유했고, 이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우 대변인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