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개표상황이 절반 이상 뚜껑이 열린 밤 11시를 넘긴 현재 열린우리당 선거개표상황실에는 소속 의원은 물론 당직자들조차 모두 철수한 상황이다. 개표상황실 앞에서 일렬로 무수하게 자리잡고 늘어섰던 방송카메라 기자재도 하나하나씩 정리되더니 1~2개의 최소한의 방송장비만을 제외하고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기대감을 놓지 않았던 대전시장 상황도 개표가 진행될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열린당은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를 마무리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더 지켜보라’고 얘기하겠느냐”면서 “그것도 곤욕”이라고 했다. 이 당직자는 “정말 참담하다. 격차가 이게 뭐냐”고 울상을 지어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참패를 예상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수도권에서 어느 정도 격차를 좁혔더라면…”이라고 했다.

    열린당은 현재 선거 참패에 대한 참담한 심경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있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당장 내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거취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정 의장은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약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크고 작은 모든 책임을 질 생각”이라면서 사실상 사퇴 쪽으로 무게를 둔 만큼 일단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진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시 당을 책임질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제기되면서 정 의장 및 지도부의 사퇴 만류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장이 사퇴를 피력하겠지만 만류 의견도 나오면서 정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사퇴 문제가 당분간 유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6월 월드컵 열풍과 맞물리면서 선거패배 책임론의 동력이 약해지고 7월 재선거를 앞두고 정 의장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퇴 만류 분위기가 형성되면 김두관 최고위원을 비롯한 영남출신 인사와, 일부 친노 인사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한바탕 후폭풍도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선거패배책임론을 시발로 해서 내부에서 정계개편 논의로 이어질 경우 당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흐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장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도부 사퇴를 놓고 격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