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 전국 동시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 직후, 열린우리당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 그 자체다. 선거운동 기간의 피곤함과 출구조사 발표 직후의 착잡한 분위기까지 겹쳐, 고개조차 가눌수 없는 ‘패전병’의 모습이다.

    애초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예상되긴 했었지만 막상 직접 눈앞에서 벌어진 이같은 결과를 보고는 충격에까지 휩싸인 모습이다. 특히 선거 초반 두배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앞서 가고 있던 대전시장 선거마저 오차범위내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조차 가눌 수 없는,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침통의 충격 속에서도 당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참패가 몰고 올 향후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당장 선거패배책임론과 정계개편 방향을 놓고 당내 각 계파간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더 큰 충격에 억지로 몸을 추스르는 모양새다. 선거 참패라는 침통 속에서도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그야말로 참혹한 분위기다.

    우상호 대변인은 “매우 착잡하고 침통하다”면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 신관 1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는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6시를 전후로 정 의장을 비롯 김근태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이광재 당 전략기획위원장, 박명광 비서실장, 염동연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속속들이 선거상황실로 몰려들었다.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선거상황실에서 마련된 5개의 텔레비전 화면을 숨 죽인채 응시했다. 장시간 침묵이 흘렀다.

    이후 투표 마감을 알리고 곧이어 각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일제히 발표되자,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차 올랐다. 마치 폭풍 전야를 앞둔 정적만이 흘렀다. 일부 당직자들은 고개를 숙이기도 했으며 이광재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눈을 감고 입술을 지긋히 깨물기도 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정 의장은 간간히 억지 쓴웃음을 내보이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방송 내용을 주시했으며 6시 30분이 이르자, 개표상황실을 떴다. 정 의장을 자리를 뜨면서도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기도 했다.

    우상호 대변인 등 일부 의원들은 긴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김근태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상기된 표정으로 화면만을 응시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간간히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기도 했었다. 개표상황실에서는 당 지도부는 일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