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민주당과의 통합론’ 발언에 김두관 최고위원이 “당을 떠나라”고 치받으면서 지방선거 이후 당내 각 계파간 갈등 폭발이 예고되고 있다. 당내 각 계파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만큼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당원들 사이에서는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쟁 양상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시기상 부적절했다고 비난하는 당원들과 ‘친 정동영’으로 분류되는 ‘국민참여1219(국참)’ 소속 당원들이 합세해 김 최고위원이 몸담고 있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 소속 당원들간의 마찰로도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선거 이후 의원들의 본격적인 갈등 노정에 앞서 ‘기선’을 잡기 위한 당원들간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정 의장이 정계개편론을 꺼내든 직후부터 30일 현재까지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이번 일련의 사태를 놓고 당원들의 격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정 의장이나 김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글이 게재되면 상대 진영 지지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온갖 비난을 퍼붓고 있는 식이다.

    기간당원 전오성씨는 당원게시판을 통해 “김두관 당원은 아무 때나 배설하느냐”면서 시기상 적절치 못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선거전 막판에 당권을 노린 듯 한 해괴망측한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당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했으니 패륜아가 아니고 무엇이느냐”고까지 했다. 

    이에 즉각적으로 김두관 지지자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일반당원 임충섭씨는 “김두관이 해괴망측한 발언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정동영이 선거판을 다 망쳐서 이미 파장인 분위기 막판에 김두관이 새로운 불씨를 당겨놓은 것 아니냐”면서 반박했다. 그는 “솔직히 정동영 때문에 당에 대한 국민신뢰는 다 망가졌지 않느냐”면서 “남은 기간 정동영이 표를 까먹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김두관 발언은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효성스러운 발언으로 봐야 한다”며 적극 옹호했다. 

    ‘지니랑’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기간당원도 “기간당원제 약화시키고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라던 열린당을 사당화하려는 사람이 누구냐”면서 정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오직 자신의 대권만 생각하고 3년 내리 전당대회에서 민주당과 합당론을 설파한 사람들이 개혁 세력이냐. 국민이 만들어준 기회를 날려버린 패륜아가 진정 누구냐고”고 울분을 토했다. 

    기간당원 박경래씨도 정 의장을 향해 “자신이 없으면 도로 민주당으로 가서 지역의 맹주라 칭하고 다해 먹어라”면서 “당이 사는 길은 정동영이가 떠나는 길밖에 없다. 봇짐(국참)은 꼭 챙겨서 가라. 지팡이(염동연)도 짚고 가고. 도포(상생)자락 휘날리며 훠이 훠이 떨거지(안개모)들 쓸어 가라”고 했다. 

    이에 반해 정 의장의 지지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딱히 정 의장의 지지자라기 보다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적절한 시기는 아니였다고 주장하는 당원들이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기간당원 김성구씨는 "선거에나 집중해라. 선거 이후 정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때 이야기 하면 될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어느 한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당원은 “(김두관) 당신의 정치인생에 있어서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일부 당원들은 정 의장과 김 최고위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간당원 박수한씨는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밖에서 헛소리 하는 것은 정 의장이나 김두관이나 똑같다. 하고 싶거든 선거 끝나고 책임을 물어라. 매일같이 개새끼 풀 뜯어먹는 소리 말고, 이럴 시간 있으면 열심히 노력하는 후보를 위해 전화라도 한통 하라”고 비분강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