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가 온게 아니라 '대통령 박근혜'가 온 것 같다"

    30일 제주 서귀포 동문로터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유세현장을 지켜본 한 제주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29일 퇴원직후 대전 지원유세를 펼친 박 대표는 결전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 최대접전지역인 제주를 찾았다.

    제주 역시 대전과 마찬가지로 승부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박빙을 달리고 있는 지역이다. 선거법상 여론조사 마지막 시점인 24일 조사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제주는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와 무소속 김태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적극투표의향층'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1.8%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박 대표의 제주 지원유세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현 선거판세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뉴데일리는 30일 박 대표의 유세현장 모습과 현지 민심을 직접 살펴봤다.

    박 대표의 유세가 시작되기 30분전과 유세가 진행되는 동안 각 상점을 비롯 최대한 유세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을 유권자들을 찾아 이번 박 대표 피습사건이 선거결과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지와 이날 박 대표의 막판 지원유세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 지에 대해 들어봤다.

    "분위기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박근혜 지원이 큰 효과 줄 것 같다"

    제주도민들 역시 박 대표 지원으로 막판 선거판세가 어떻게 변화할 지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오후 3시 24분 제주도 서귀포 동문로터리엔 4시에 예정된 박 대표의 유세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찼다.

    주변 상가안의 시민들도 창밖을 통해 박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화장품 상점 안에서 만난 30대 초반 여성은 "지난번 김태환 후보가 이 자리에서 유세를 했는데 그때보다 몇 배는 더 사람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유세현장에 모인 시민들 상당수가 현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분위기로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박 대표의 지원이 현 후보에게 큰 효과를 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태환 후보에 대한 지지층이 워낙 넓어 단정하기 어렵다"며 "김 후보가 제주토박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지금까지 상당수 젊은 층은 현명관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나이드신 분들은 김태환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날 유세로 나이드신 분들 사이에서 박근혜 동정론이 확산될 경우 현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만난 50대 초반 남성 역시 박 대표의 지원유세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이 남성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감성에 쉽게 흔들린다"며 "박근혜 피습사건으로 제주도민의 표심도 많이 흔들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와 투표는 별개, 10명중 9명은 김태환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이날 모인 시민들의 표심이 현 후보에로 쏠릴 가능성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남성 역시 김 후보가 제주토박이란 점, 현직 시장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유세현장과 다소 떨어진 한 음식점을 찾아갔다. 이 음식점에선 20대 후반의 여성과 30대 중반의 여성을 만났다.

    그러나 두 여성은 앞서 만난 유권자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30대 중반의 여성은 "여기 모인 사람들중 동원된 사람이 아닌 일반시민들은 피습당한 박근혜가 괜찮아졌는지 보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박근혜와 투표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10명중 9명은 김태환을 얘기한다"며 "뭉칠 때 확실히 뭉치는 제주도민 특성상 현 후보가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여성 역시 "제주도는 육지사람들이랑 다르다. 김 후보가 제주토박이라는 점은 박 대표의 바람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판세 백중이면 현직지사가 이긴다. 현명관이 0.5%라도 앞서야 가능"

    50대 후반의 한 남성 역시 박 대표의 지원유세와 투표를 별개로 해석했다. 이 남성도 "박 대표가 어떻게 치료가 됐는지 보러온 것"이라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 남성은 "노년층에선 김태환 후보에 대한 동정여론이 강하다"며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한나라당에서 쫓겨나고 열린우리당에서 쫓겨나면서 김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제주 여론은 김태환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며 "현명관은 제주도 실정을 잘 모를 뿐더러 중앙당에서 오더 받고 내려온 인물이란 인식이 크다. 이제 중앙당에서 지원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선거판세가 백중이면 현직지사가 이긴다"며 "만일 현 후보가 0.5%포인트라도 앞서고 있다면 가능성이 있어도 지금처럼 백중인 상태라면 제주도 정서를 봤을 때 김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피습 변수였다면 '카퍼레이드'는 확실한 효과
    "이정도 일 줄이야, 박근혜가 제주민심 뒤흔들어놓고 지역표 다 휩쓸어 간 것 같아"

     
    그러나 박 대표의 '카퍼레이드'가 있은 뒤 도민들의 반응은 유세 전 반응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박 대표가 카퍼레이드를 벌인 직후 유세전 화장품 상점 안에서 만난 30대 초반 여성을 다시 만나 '유세현장에 모인 시민들 상당수가 현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느냐'는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여성은 박 대표의 카퍼레이드를 지켜 본 뒤 "놀랍다. 박 대표가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이 지역에 있는 표는 다 휩쓸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제주민심을 뒤흔들어 놓고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후 5시 42분 제주시청 앞 유세장에도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제주시청 앞에서 만난 도민들 역시 박 대표의 지원유세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서귀포에서 만난 도민들처럼 김 후보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주시청 앞 8차선 도로를 마비시킨 박 대표의 '카퍼레이드'로 순간 도민들의 표심은 크게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박 대표의 '카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도민들은 "박근혜 화이팅" "박근혜 대표님 사랑해요"를 외쳤고 일부 도민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관건은 '카퍼레이드'통한 박근혜 바람이 짧은 시간안에 효과 낼 수 있을지 여부

    이를 지켜본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제주승리가 가능할 것 같다는 모습을 나타냈다. 박 대표의 이날 유세가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 하루 전에 몰아친 '박근혜 바람'이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다.

    여론조사 기관에선 특정사건으로 선거판세가 뒤바뀌기 위해선 2~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선거 하루전날 몰아친 '박근혜 바람'이 실제 표로 옮겨지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뭉칠 때는 확실히 뭉친다"는 여성 유권자의 말처럼 이미 정해진 판세가 그대로 유지될지 혹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감성에 쉽게 흔들린다"는 남성 유권자의 주장대로 '박근혜 바람'이 막판 선거판세를 뒤바꿀지 주목된다.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