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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은 통일전쟁”이고 “맥아더는 전쟁광(狂)”이라는 등 친북․반역 망언을 해온 강정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란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강 씨의 주장은 학자의 입장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동조하거나 친북적 주장을 한 것”이며,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질서에 해악을 가할 위험성이 있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강 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는 것 자체로서 처벌의 상징성이 있고 이로 인해 신분적 불이익을 입게 될 점을 감안”하고, 또한 “강 씨의 주장을 건전한 사상의 경쟁시장에서 논의하고 검증한다면 그 해악을 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으로 항소심이 남아 있지만 이 판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깊다.
나는 우선 강 씨를 기소한 검사의 노고를 높이 사고 싶다. 국법(國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하는 법무장관이 노골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지시할 정도로 외압이 있었음에도 이를 물리치고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많은 애국시민들은 집행유예를 선고한데 대해 분개하고 있지만 그래도 분명한 논리를 구사해서 유죄를 판시한 담당 재판부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건전한 사상의 경쟁시장에서 논의하고 검증하면 해악을 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부분은 사족(蛇足)일뿐더러 오히려 논지를 흐린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언동이 강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01년 10월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6․25 전쟁을 ‘성공하지 못한 통일시도’라고 불렀다. 김대중은 우리 역사상 세 번의 통일시도가 있었는데, 신라와 고려에 의한 통일은 성공한데 비해서 세 번째 시도인 6․25 사변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군이 남한을 완전히 장악했으면 그 때 통일이 될 뻔했는데 실패해서 오늘날까지 분단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기(國基)를 뿌리째 흔드는 발언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 것이다.김대중의 이 발언은 강정구의 모델이었다. 실제로 강정구는 “김대중 대통령도 6․25를 실패한 통일이라고 지칭했는데 자기 발언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법원은 강정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똑같은 발언을 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
김대중의 문제 발언은 2001년 10월1일에 있었다.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동조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기에 금년 9월30일까지는 공소권이 살아 있다. 또한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은 시효 진행이 중단된다고 보면 2008년 초까지 공소권이 살아 있다고 해석된다. 대통령은 재임 중에만 형사소추에서 면제되며 퇴임 후에는 일반인과 똑같이 기소될 수 있다.
김대중씨의 대통령 재임 중의 행적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이 발언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부분은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비해 2001년 10월1일 발언은 유죄판결을 받은 강정구의 그것과 똑같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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