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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진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과대망상

입력 2006-05-26 09:49 수정 2006-05-26 15:58

중앙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영희 대기자가 쓴 'DJ의 노벨평화상 신드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당시)은 2000년 6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12월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듬해 3월에는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소식통은 DJ가 노벨평화상을 받고부터 자신이 세계적인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생각과 세계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에 깊이 빠져드는 것 같더라고 회고했다. 흔히 있는 노벨평화상 신드롬(증후군)이다. 그래서 그는 시기상조라는 외교참모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 석 달이 채 안 되는 부시를 만나러 갔다. 자신의 화술과 노벨평화상의 후광이면 부시에게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부시 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부시에게는 노벨평화상 프리미엄이 안 통했다.

DJ의 노벨평화상 신드롬이 다시 도진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러 평양에 가는 것도 그 타당성이 의심스러운데, 가서 통일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내가 아니면 통일 같은 민족사적인 큰일을 누가 논의하랴는, 좋게 보면 사명감이요 나쁘게 보면 과대망상이다. 열차를 타고 가겠다는 요구는 그 저변에 열차로 휴전선을 넘는 '최초의 남한인'이 되고 싶은 욕심이 엿보이긴 해도 그의 고령과 건강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김·김 회담의 주제를 통일 논의로 삼는 데는 문제가 있다. 연방제 통일방안은 아직은 DJ 개인의 구상이다. 그는 그것을 6.15 공동선언에 담았다. 그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통일방안인 1994년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살아 있다. DJ 구상과 정부의 공식 방안이 다른 점은 최종단계인 '1민족 2국가'의 실현시기다. 여기서 DJ안이 정부안을 훨씬 앞지른다. 그러나 두 방안의 차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북핵에 관한 6자회담이 중단되고 미국이 인권·위폐로 북한을 압박하는 지금 DJ가 평양 가서 한가하게 통일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김 회담에서 통일이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될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정부 특사도 아닌 민간인 신분의 그가 북한 최고 지도자와 통일을 논의할 수 없다. 한담(閑談)을 위한 감상적 여행이라면 나랏돈이 아깝다. 둘째,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연합제안과 민족공동체안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연방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넷째, DJ가 할 일은 김 위원장한테서 6자회담 복귀와 납북자·국군포로 송환에 관한 결단을 받아내는 것이다.

평양에 가는 DJ나 정치적 계산에서 그를 보내는 정부나 북한이 열차 시험운행 합의를 깬 배경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 군부가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유치하다. 이쪽과 저쪽의 면피용이다. 애당초 군부가 휴전선 돌파에 관해 어떤 입장인지를 모르고 합의했단 말인가. 김 위원장이 군부에 거부권을 용납한다는 말인가. 군부 때문이라는 말은 북한이 남한을 속이고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핑계다. 전문가들까지 희망사항과 현실을 구분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은 남한과의 합의를 깰 때면 언제나 군부의 등 뒤에 숨지 않던가. 북한은 분명히 받을 것을 덜 받았다는 계산에서 열차 시험운행 합의를 깼을 것이다.

북한 군부가 김 위원장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북한에 주는 것 말고 무슨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김·김 회담에서 연합제와 연방제를 묶는 통일논의는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다. 추상적 논의에서 잃을 것이 없는 김 위원장이 선심을 쓸 테니까. 그러나 남는 게 없다. DJ에게 기대하는 것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 핵 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을 교환하는 거래를 하는 것이 북한의 최선의 선택임을 김 위원장에게 설득하는 것뿐이다. 그는 나라의 최고원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아(Ego)를 죽이고 통일 같은 큰 짐은 후진들에게 넘기는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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