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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 범인 지충호(50)씨가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아 70만원짜리 고가 휴대전화를 샀으며 휴대전화 요금만 매달 50만~60만원이 나왔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또한 지씨는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와 사건 전날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정모씨는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씨가 엄청 비싼 최신식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고 매일 여러 사람이랑 줄기차게 통화를 해댔다”며 “한 번 통화하면 1시간 30분 이상씩 걸렸는데 전화비가 한 달에 50만~60만원씩 나왔다”고 말했다. 정씨가 “전화기 어디서 났느냐”고 묻자 지씨는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산 것”이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정씨는 “월 사용료를 못 내서 전화가 끊어진 줄 알았는데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 전화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도 했다.
지난 2월 말 갱생보호공간에서 나온 이후 갈 곳이 없어 정씨의 집에서 지냈던 지씨는 28만원짜리 구두와 15만원짜리 단화, 21만원짜리 흰색 양복을 친구인 정씨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정씨는 “(지씨가) 처음 집에 들어왔던 지난 3월에 A신용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카드 사용료가 140만원이 나왔고 결국 연체하는 바람에 카드가 정지됐다”며 “워낙 씀씀이가 헤픈 사람이어서 없는 형편에 주머니에 5만원이 있으면 술값으로 6만원을 날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친구 정씨 “사건 3일전 오세훈 칼로 긋겠다고 했다”
그는 또한 지씨의 범행 목표에 박 대표뿐 아니라 오 후보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3일 전인 지난 17일 지씨는 집에서 ‘오 후보를 칼로 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씨가 사건 당일인 20일 “서울 선거 캠프에 가서 그의 일정을 파악했다. 신촌, 홍대, 신길동에서 선거 유세가 있는데 신촌에 사람이 제일 많이 모일 것 같다”며 “거기서 오세훈 후보를 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씨가 이발소에서 무슨 칼을 쓰는지 알아보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나중에 들어온 뒤 ‘요즘 이발소에서는 두꺼운 면도칼을 안 쓰고 작은 칼을 붙여서 쓴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그는 “(지씨가) 박근혜를 표적으로 삼고 노린 것이라기보다 유세장에 오 후보를 노리고 갔다가 박 대표가 먼저 단상에 오르자 우발적으로 그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합수부 “신형 DMB폰 매달 15만~16만원 사용, 비용 출처 의혹”
한편 박 대표 피습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3일 지씨의 개인 수입과 지출 내역 등 돈거래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합수부는 “지씨가 지난 3월부터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매달 18만원을 받아 왔으나 이 돈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개인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확한 수입원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합수부는 지씨가 신형 DMB폰을 사용하고 매달 통화 요금이 15만~16만원 정도 나왔다는 점을 지적한 뒤 “비용 출처 등에 의혹을 갖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씨가 고가의 옷을 입고 구두를 신지는 않았다고 했다. 또한 지씨가 머물던 친구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통장과 신용카드는 없었으며 체포 당시 지씨가 갖고 있었던 10여만원의 출처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부는 지씨가 사건현장 주변 편의점에서 1시간 30분 동안 아이스크림 6개를 산 것이 공범이 있어서라기보다 본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 후보를 처음부터 노렸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합수부는 이날 구속 여부가 결정된 뒤 지씨에 대한 보강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