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0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이 최대 사정거리 6000㎞인 대포동 2호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언론은 함경북도 미사일 기지에서 전장 35m의 미사일이 발사대로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으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도 "면밀히 주시하고 다각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지는 미지수이나 발사 징후가 있는 것만은 확실해 그 배경이 매우 주목된다.

    북한은 이번 장성급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25일 예정된 철도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남측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을 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여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남쪽에 대해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점을 슬쩍 보여 주면서, 금융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은 긴장 고조를 통한 벼랑 끝 전술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들의 이런 계산에 놀아난 형국이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계산했다면 오산이다. 북한은 납치·인권 문제로 국제적 고립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제 상황도 근본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 한.중의 지원으로 근근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이런 마당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어느 국가가 북한을 도우려 하겠는가. 사태를 외통수로 악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 정부가 이런 식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중국이라고 환영하겠는가. '한반도 안정'이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인 그들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북한에 지원만 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단선적인 사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런 위협을 하는 북한을 대통령이 나서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역시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리 정부가 북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안보'와 '교류 협력'을 더 이상 혼돈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