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5․31 지방선거 후보자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당내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정 의장의 지원유세가 후보자 홍보 보다는 자기계파 의원들을 알리기 위한 명목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8일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대규모 명동 유세에서 보여준 정 의장의 지원유세 방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정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참석한 소속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단상위로 불러올렸는데, 장시간을 의원들의 출생지와 출신학교 약력 등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이도 모자라 일부 의원에 대해서는 태어난 번지수에다 몇남 몇째라는 가족관계까지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날 행사 참석 의원에 대한 소개는 이미 진행자인 임종석 의원이 한 상태였으며, 대대적인 ‘조직동원’으로 출동한 서울시 기초단체장 및 시·구의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름도 소개하지 않은 채, 일괄적인 전체인사로 갈음했다. 더욱이 이날의 ‘주인공’인 강 후보의 연설 이후에도 정 의장이 재차 마이크로 잡고 일장 연설에 나서는 바람에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 정 의장이 아닌가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이를 놓고 당장 당 안팎에서는 '정 의장이 착각을 해도 단단히 착각을 한 것 아니냐. 무슨 대선도 아닌데…' 라면서 못마땅하다는 분위기다.

    당시 명동 유세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그날 정 의장의 진행방식에 대해 “표를 깎아먹을 의원까지도 불러 소개하더라.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이름도 부르지도 않고 도무지 뭐하자는 건지…”라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강 후보 연설이 끝났으면 행사도 함께 마무리했어야지, 왜 또 마이크를 잡고 그러느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런 식이라면 정 의장의 지방선거 지원유세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이와 관련, 일부 당원들도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통해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한 당원은 “참석한 모든 의원들을 모두 단상에 불러서 올려놓고선 장황한 소개에 자화자찬에 약간의 반성을 곁들인, 그야말로 의원들이 무슨 때라도 만난 듯 단상에서 내려 갈 줄을 모르더니, 그리고 등장한 정 의장의 리바이벌 의원소개에 아주 미치는 줄 알았다”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뭘 몰라도 그리 모르느냐. 모르니 지금도 당권파들의 헛발질이 계속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당원은 이어 “왜 정동영 계파들은 끝도 없이 우매한 짓을 계속 되풀이 하느냐”면서 “이 때를 기회로 얼굴이나 알릴 심산이냐. 총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어련하실까”라고도 했다.

    또 다른 당원은 “열린당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축약판”이라면서 “당의 이념과 지향을 기준으로 당내 세력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특정 목적에 대한 합의여부로 사적 인연을 맺고 서로 챙겨주고 공적 영역까지 사적인 행동이 침범된 분위기해도 묵인되는 분위기”라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의원도 표를 의식한 정치행위 앞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도 유치한 행동을 다반사로 하는데 명동같이 대중이 운집한 자리에서 족보까지 읊어주니 이 아니 감격스런 은총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한편 정 의장은 19일 오후 예정된 강 후보의 서울 마포구 신촌 대규모 유세 일정을 놓고 당초 참석키로 했다가 일정을 취소했다가 다시 일정을 변경해 당초 일정대로 참석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