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19일자 오피니언면 '여의도 포럼'란에 전 통일부 차관인 송영대 숙명여대 겸임교수가 쓴 'DJ 방북에 문제 많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6월 말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의 방북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으나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DJ의 방북은 무엇보다 북한의 전반적인 대남전략 틀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한내 반보수(反保守) 대연합전선 형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보수세력을 고립, 타도하기 위해 북한이 남한내 친북좌파세력과 통일전선을 구축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반보수대연합을 제기하고 나온 배경에는 몇가지 의도가 있다. 우선은 남한사회의 연북화(聯北化), 즉 친북화(親北化)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법과 제도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또 남한 내에 반미 분위기를 확산시킴으로써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보수세력 척결에 의한 경제지원 획득 분위기 조성도 반보수대연합 획책 이유에 속한다. 더 나아가 반보수대연합의 정치적 목표는 차기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위한 여건 조성에 있다고도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방북하는 DJ의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일부 국민은 DJ가 방북대가로 김정일에게 또다른 선물을 제공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DJ는 이런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선결 과제다.

    DJ는 김정일과의 면담에서 6·15선언 이행을 완결하려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DJ는 김정일에게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권유하는 한편 남북연합제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문제 등도 거론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DJ가 대통령 특사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방북해 남북연합제와 같은 통일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합하느냐에 있다. 이것은 부적합할 뿐 아니라 무슨 합의를 하든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보수대연합전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DJ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DJ 방북을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몽골 방문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강력히 표시했다. 그는 북측에 많은 양보를 하겠으며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이든 논의할 수 있고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상회담 추진방식은 여러가지 문제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첫째, 대북경제지원의 규모와 내용이다. 정부는 연간 쌀 50만t, 비료 35만t 수준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으며,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규모 경제지원을 제안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정상회담 대가로 또 경제지원을 할 경우 전체적 대북지원액은 방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지원자금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말인가.

    둘째는 그렇게 해서 정상회담을 한들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북핵문제나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와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논의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이나 평화문제에 관한 합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셋째, 향후 남북관계가 김정일-DJ-노무현으로 연결되는 3자 연대, 또는 반보수대연합에 기초한 ‘남북합작’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심각한 남남갈등을 유발함은 물론 한·미 동맹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점에서 DJ 방북과 남북정상회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