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8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이신우 논설위원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941년 1월 일본 군부는 미국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돌아온 한 무관의 가방 속에는 미·일 전력비교 자료가 들어 있었다. 강철 20배, 석탄 10배, 전력 6배, 알루미늄 6배, 항공기 생산력 5배, 공업노동력 5배, 석유 500배, 자동차 생산 45배 등이었다.
누가 봐도 승산없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육군 참모본부의 분위기는 달랐다. “미국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결의가 참모본부를 압도했다. 한쪽 구석에서 “그렇다면 승산이 있는가”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이 나와도 “지금은 승부가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답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일본 군부가 국가 존망을 결정하게 될 전쟁을 놓고 이토록 무모한 의식구조 속으로 빠져든 배경은 무엇일까. 후일 일본의 역사가들은 이를 ‘성공신화’에서 찾았다. 당시 일본은 청·일 및 러·일전쟁에서 대국인 청과 러시아를 차례로 무찔렀다. 미국이라고 그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성공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일본의 지도자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거의 집착이었다.
지금의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막무가내로 성공신화에 매달리고 있다. 압권은 ‘눈물정치’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에 이어 진대제 경기도지사 후보까지 흉내내고 있다. 강 후보측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과 대화를 나누다 눈물 흘리던 장면을 인터넷에 띄웠다. 진 후보도 14일 ‘진대제의 눈물’이라며 보도 자료를 냈다. 13일 경기 의왕시의 한 행사장에서 할머니들을 보고 흘렸다는 눈물이다.
이쯤 되면 누구나 연상할 것이다. 2002년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흘렸던 눈물을. 당시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CF는 기타 치며 흘린 노무현의 눈물을 강조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노 후보 캠프는 이 눈물 작전으로 “재미 좀 봤다.” 강, 진 두 후보라고 이런 성공신화를 놓칠 리 있겠는가.
열린우리당의 집착은 김대업의 병풍(兵風)이 몰고온 성공 사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파티’ 폭로건은 대표적인 예다. 성공신화에 대한 집착이 이 정도라면 미·일전쟁 전야의 일본육군 참모본부급이다. 문제는 성공신화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라는 점이다.
[[이신우 /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