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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을 '부산 정권'으로 지칭한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에 이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개헌 필요성 언급 등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터져 나오면서 여권 내부가 한바탕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놓고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하는 등의 당·청간 갈등관계로 연관 짓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대비한 ‘피아(皮我) 솎아내기’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 전 수석의 발언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하는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향후 당·청간의 갈등을 예고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장 문 전 수석의 발언을 놓고서도 열린당 내부의 민주당 통합론자들과 영남 출신 인사들간에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 점도 이런 관측과 맥이 닿아 있다는 관측이다. 문 전 수석은 지난 15일 “대통령도 부산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을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열린당과 민주당의 통합문제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했다.
문 전 수석의 발언 직후 당내 민주당 통합론자들은 “참여정부는 광주와 호남이 탄생시켰다”면서 현 정권을 부산정권으로 부른 데 강한 불쾌감을 내보였다. 가뜩이나 5·31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표심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문 전 수석의 발언이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당내 영남출신 한 인사는 1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우리 부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대통령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지지가 없다. 오죽 답답했으며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며 “영남에서 지지 좀 해달라는 것인데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또 “(문 전 수석의 발언을) 지역감정으로 곡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공교롭게도 문 전 수석의 발언에 이어 정 의장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부자연스러운 대통령 무책임제”라고 비판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한 점도 향후 정계개편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간 개헌 문제만 나오면 “얘기할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고 했던 정 의장이었던만큼 지방선거 이후를 감안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핵심카드로 꺼낼 수 있는 개헌론을, 정 의장이 역으로 되받아 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내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 주도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개헌론 자체가 정치권의 논의과정에서 ‘피아(皮我)’를 구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얼마든지 정계개편의 틀을 짤 수 있는 표면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헌론의 폭발력을 감안한다면 개헌 논의 자체를 통해 지방선거 이후 불어 닥칠 지도 모르는 지도부 책임론 등의 당 내부의 격한 논쟁의 시선을 환기 시킬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대체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지방선거 이후 노 대통령의 활용 카드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정 의장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던 공산도 컸을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후자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한편, 열린당 일부 초선 의원들은 3개월 전부터 개헌 논의를 위한 본격적인 모임을 갖고 개헌의 필요성과 내용 범위 시기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론 자체가 정계개편의 틀을 짤 수 있는 기본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열린당의 영남권 출신 한 인사는 개헌논의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물론 부산지역 의원들도 개헌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시기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