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입에선 '힘들다' '어렵다'는 말이 무척이나 늘었다고 한다. 지난 2월 당의장직을 맡으면서부터 3개월동안 전국을 누비는 ‘몽골기병식’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당 지지율에 대한 실망감과 피곤함이 겹친 모양새라는 당내 전언이다. 당 관계자들도 이런 상황을 의식,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도와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정 의장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 소재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치를 시작한 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정치를 왜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하는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중앙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회의에서는 “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여의치 않은 당 상황을 토로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의 문이 열릴 때까지 더 낮추고 더 겸손하게 일하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주말엔 정 의장은 경기도 용인의 한 수녀원을 찾기도 했다. 정 의장은 그곳에서 “기도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정 의장은 이어 “중증 치매노인들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한없이 낮은 자세로 돌보고 봉사하는 수녀님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우리 사회에 이처럼 헌신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래도 건강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의 ‘희망’을 찾으려는 정 의장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반전시킬 묘안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경악할 만한 비리’ 논란에 이어 ‘5·18 광주’ 발언 등 잇따른 소속 의원들의 ‘실수’가 연이어 터지면서 그의 희망은 거의 물건너 가버린 듯한 모습이다. 

    일부 당 관계자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지만, 당장 5·31 지방선거 이후 몰아닥칠 정계개편 등 정국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책임론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도 정 의장을 더욱 힘들게 하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서는 조만간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소속 의원들의 ‘이탈러시’가 이어질 것으로도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