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와 관련, 마지막 보루인 ‘호남 표심 잡기’를 위한 일련의 공략과정에서 당내 각 계파간 미묘한 마찰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광주시장 후보선정 문제를 놓고 정동영 의장 등 당 지도부와 김근태 최고위원간의 이견 대립에 이어, ‘5·18 광주사태 군 개입은 질서유지 차원’이라는 이원영 의원의 발언을 놓고서도 당원들간의 격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그것도 전통적 지지기반 지역인 호남 공략 문제를 놓고 계파간 이견이 노정됐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이후의 계파간 ‘기선잡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당 안팎의 해석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지방선거 이후 열린당의 당운을 결정할, 열린당발(發) 정계개편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당내 ‘서열 2위’로, 그간 정 의장의 독주체제에 ‘낮은 행보’를 보여 왔던 김근태 최고위원이 광주시장 후보선정 문제를 놓고 정 의장 등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당내 반응이다. 현 광주시당위원장인 김재균 후보의 여론조사 경선방식 합의문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정상적인 후보 경선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을 전략공천하려던 정 의장 등 지도부의 움직임에 반발을 표한 형식이지만, 속내는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정계개편 등을 감안한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김 후보는 조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 판세상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던 데다가 광주의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정 의장은 조 후보로 굳히려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호남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광주시장 후보로 김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민주당 등 ‘범양심세력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는 김 후보의 입장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이후 호남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산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이원영 의원의 ‘5·18 광주사태 군 개입은 질서유지 차원’이라는 발언을 놓고서도 당원들 사이에서는 발언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논란보다는 계파간 세다툼 양상으로 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당원들은 '정 의장이 이번 지방선거 책임을 모두 이 의원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 아니냐'며 강력 발끈하는 모습도 내보이고 있다.

    실제 정 의장계로 분류되면서 ‘국민참여1219’ 소속이기도 한 이상호 당 전국청년위원장이 이 의원의 발언 직후인 13일 오후 즉각적으로 이 의원의 당직 박탈과 당 윤리위원회 회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씨는 “이 의원의 발언은 도도한 역사적 흐름 속에 탄생한 열린당의 정체성을 짓밟는 도발이며, 명백한 해당행위”라면서 “무릎꿇고 머리 조아리며 사과하고 지금 당장 인권위원장 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다. 아니, 열린당의 이름으로 가슴에 달고 있는 금배지를 떼어야할 것”이라면서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기간당원 전승례씨는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통해 “이 의원의 말실수든 사실이든 그 말에 책임을 지라고 하면 될 일”이라며 “선거책임은 정 의장이 지는 것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공천과정에서부터 선거 승패까지 모두 다 정 의장이 지는 것”이라면서 정 의장에 대한 책임 문제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또 다른 기간당원인 원영천씨는 “‘이 의원 때문에 광주 호남에서 패배했다’라고 (선거책임문제와 관련) 뒤집어 추론해 볼 수 있는데, 호도하지 말고 말장난 하지 말라”고 했다. 

    기간당원 정정현씨는 “정 의장의 책임에 미리 면죄부를 주려는가? 아니면 대리희생양을 찾아 국참(‘국민참여1219’) 제단에 피를 뿌리려는가? 혹은 아예 드러내놓고 자기정파가 아닌 세력들을 무차별 찍어내어 계파청소를 하려드는 것이냐”면서 “권력욕에 물들어 ‘오월 광주, 광주 영령’을 팔지마라”면서 당내 정동영계를 겨냥했다. 그는 이어 “공천과정에서 자행된 정 의장의 자기계파 앉히기 과욕으로 인해 당 몰골이 초췌하게 전락하고 형해화돼 으스러진다. 민심의 뿌리까지 등을 돌리게 됨을 인지하자. 이제서야 참패를 예감하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