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2시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은 2005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 녹화 장면을 재방송해 주는 듯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해 국회에서 통과시켰듯이 이날도 부동산대책법안 등 민생관련 3개 법안과 주민소환법 등 민주노동당이 요구한 법안 3개를 직권상정한 뒤 강행처리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에게서 본회의 사회권을 위임받은 김덕규 부의장은 열린·민노·민주당 의원 152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주거환경정비법안(재석 157명/찬성 157명),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안(재석 153명/찬성 147명, 기권 6명), 동북아역사재단법안(재석 152명/찬성 152명), 국제조세조정법안(재석 151명/찬성 150명, 기권 1명), 지방자치법개정안(재석 151명/찬성 148명, 기권 2명, 반대 1명), 주민소환법안(재석 150명/찬성 146명, 기권 4명)을 개회를 선언한 지 20여분 만에 통과시켰다.

    이날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장 앞 대치 상황은 1시 20분경 민노당이 ‘열린당 지원군’으로 합세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갔다. 민노당의 합세를 확인한 열린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농성 중이던 열린당 대열 속으로 들어가 본회의장 출입문을 열었고 소속 보좌진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아선 가운데 열린당 의원들만 본회의장으로 들여보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의장도 아무런 제지 없이 '무혈 입성'해 의장석을 차지했다. 열린당의 본회의장 ‘점령’은 3분여만에 이뤄졌다.

    열린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오자마자 의장석 주변에 방어벽을 완벽히 쳤으며 그제야 한나라당 의원들을 본회의장에 입장시켰다. 상황이 종료된 뒤 뒤늦게 본회의장에 입장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게 무슨 국회냐” “깡패들이냐” “여당만 국회냐, 왜 야당은 못 들어가게 하느냐” “날치기를 밥먹듯이 한다” 등 고함을 지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의장석을 열린당에 빼앗긴 한나라당은 열린당 의원들의 투표를 막기 위해 열린당 의원석을 ‘점거’했다. 그러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개회를 위한 정족수 미달을 노리며 본회의장에서 전원 철수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뒤늦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2시 2분경 본회의가 개회되자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본회의장에 재진입했지만 이미 상정된 법안 처리는 진행되고 있었다.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열린당 의원들의 표결을 막았으며 이로 인해 본회의장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멱살잡이를 하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법안 표결이 진행되는 내내 김 부의장을 향해 “김덕규, 이럴 수 있느냐. 이게 국회냐. 그만해라. 역사에 남을 죄인이 될 것이다”고 핏대를 세우며 의장석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다 법안 처리가 마무리돼 가자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이 나쁜 놈들아”고 울부짖기도 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차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는 김 부의장에게 “이런 식으로 국회의장 돼서 뭐하려고 하느냐”고 비아냥댔다.

    분을 삭이지 못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잘 해쳐먹어라. 오래오래 해쳐먹어라, 사기꾼 같은 놈들아”(이재웅 의원) “다 정신병자들이다”(송영선 의원) 등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안 국회통과 때처럼 ‘맥없이 당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본회의장 맞은편에 위치한 예결위회의장으로 모였으나 말 그대로 ‘패잔병’의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번 상황에 대해 열린당이나 민노당보다 민주당을 더 '괘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는 “다 끝난 일인데…”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더니…”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