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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만에 무너질 만큼 이제 한나라당 조직은 견고하지 못하다"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뒤 오랜동안 당에 몸담아 온 한 당직자는 이 같이 말했다. 보름동안 몰아친 오세훈 바람에 1년 이상 준비해 온 한나라당의 두 중진 의원이 무릎을 꿇었다. 때문에 오 전 의원의 경선승리 이후 당내에선 변화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오 전 의원의 경선 승리가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선거결과가 달갑지 않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당원들간 조직원들간의 단합이 생명인 야당 입장에서 볼 땐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 일부 당직자들도 이번 서울시장 경선 결과에 대해 "상황과 분위기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겠느냐"며 개탄했다. 오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확정발표 직후 당 관계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나타냈다. 고령의 일부 대의원들은 "이게 무슨 경선이야"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장 경선결과를 살펴보면 일반국민의 참여율도 높았지만 상당수 대의원도 오 전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관계자들 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초선 의원도 "대의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50대 이상의 보수성향 남성들로 구성된 대의원 조직이 흔들린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한나라당의 대의원 조직은 당내에서 가장 '전투력'이 뛰어나고 애당심이 강한 조직으로 불린다. 당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조직인 만큼 대의원 조직이 무너졌다는 점 때문에 당내에선 "기둥이 흔들렸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 당내 중진 의원들은 물론 상당수 의원과 당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음 대선을 걱정하고 있다. 얼마만큼 조직이 견고하고 튼튼한 지에 따라 대선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열혈 당원이 얼마나 많은지 그 사람들이 얼마만큼 표를 끌어오는지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고 때문에 애당심이 많은 대의원, 당원들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결국 당내에서 가장 애당심과 당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대의원 조직이 무너지고 흔들렸다는 것은 메인 게임인 차기 대선에서 그 만큼 조직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한 당직자는 "사실상 열린우리당은 당 지도부가 나서 강금실 전 장관을 전략공천하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오히려 잡음은 거의 없다. 만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선거에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주장했다면 열린당 만큼 잡음이 없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 만큼 당 지도부의 영향력도 축소됐고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의 전투력이 여당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장 경선과 대선은 차원이 다르다. 대선은 보름동안 몰아쳐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기가 힘든 만큼 결국 조직싸움이 될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라당이 두번의 대선패배로 유연해졌다고 말하는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당내에선 "두번의 대선패배 이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너무 쉽게 흔들린다" "한나라당이 개혁과 변화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것 같다" "열린당의 잘못된 것만 따라가고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