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한나라당 조직도 결국 대세론에 무너졌다.

    오세훈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 강금실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란 점은 한나라당 보수성향의 대의원 조직마저 무너뜨렸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나라당의 변화다. 틀 안에 갇혀 민심을 읽지 못하던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패배로 상당히 유연해졌다는 것. 1년 이상 튼튼한 조직을 갖고 준비해오던 3선의 두 중진 의원이 보름동안 몰아친 오세훈 바람에 무너진 것은 한나라당의 현 주소를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조직 대 바람'간의 대결구도가 진행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지난해 말 치러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 선거구도와 상당히 흡사하다. 당시 선거는 당의 변화와 개혁을 주장한 공성진 의원과 조직을 앞세운 3선 중진인 정형근 의원의 대결구도가 형성됐고 결국 조직에 강세를 보인 정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정반대의 결과가 연출됐다.


    '승패는 50%의 민심서 갈려, 압도적인 여론은 대의원 조직마저 흔들어'

    먼저 이날 선거는 일반국민의 높은 투표참여와 여론조사가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즉 민심이 당심을 압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 후보 역시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승리요인에 대해 정확히 말하긴 이르지만 느낌으로 말하자면 당 밖의 민심이 당 안의 당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투표참가자 총 3839명 중 일반국민은 1020명이었다. 총 투표참가자 중 일반국민의 비율이 26%를 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일반국민의 투표참여율이 높았고 여론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던 오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됐다. 3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 역시 오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나타났다. 결국 경선의 50%를 차지하는 민심에서 타 후보에 압도적으로 앞선 오 후보가 맹형규·홍준표 두 후보의 조직을 무너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압도적인 민심은 당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오 후보와 맹 후보는 대의원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도 불과 100표(맹형규 1443표, 오세훈1343표)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즉 '오세훈이어야 만 강금실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대의원과 당원들의 표심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오세훈 바람 타고 소장파 '세대교체'주장도 힘 받을 듯

    특히 눈에 띄는 건 변화에 둔감한 대의원들의 변화. 당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의원들이 초선의원의 바람에 흔들렸다는 것. 때문에 이번 오세훈 바람은 당의 변화와 개혁바람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당의 주도세력 변화움직임은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 후보를 경선참여로 이끈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형준 등 수요모임은 이번 경선을 계기로 7월 전당대회를 통한 '세대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오 후보의 경선참여 이후 당내 공천비리에 정풍운동을 주장하는 등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오 후보의 당선은 이들의 움직임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모임 측 관계자 역시 "이번이 (세대교체를 할)기회"라고 말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바람은 당분간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은 반색, 박근혜는 씁쓸'?'  

    당 경선결과에 촉각을 세우던 이명박 서울시장도 오 후보의 당선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일단 열린우리당 강금실 예비후보와의 본선대결에서 승산이 있는 후보인 만큼 이 시장 측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다. 이 시장 측 한 관계자는 경선 직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경선결과에)만족하고 흡족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선승리를 위해 젊은 표 개혁성향의 유권자를 흡수해야 하는데 오세훈 당선자가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를 이 시장측 인사로 분류할 순 없지만 대권경쟁자인 박 대표측 인사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당 일각에선 이 시장과 수요모임을 비롯한 소장파가 오세훈을 매개체로 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이 시장 측에서 오 후보의 경선참여 결정 과정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기 때문. 실제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오 후보와 미래연대에서 함께 활동을 해 온 인사이며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오세훈 연대가 일시적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이 일단 본선에서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판단아래 오 후보의 경선참여를 환영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세력이 수요모임이란 점을 고려할 때 양측의 연대는 어렵다는 것. 실제로 홍 후보 측에선 이 시장이 오 후보를 지원할 수 없는 이유를 오 후보에 대한 지원군이 수요모임이란 점을 꼽았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수요모임과 일부 초선 의원들이 오 후보를 밀고 있는 상황인데 오 후보가 성공할 경우 이들이 대선 경선때도 박근혜 이명박이 아닌 제3의 인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이 오세훈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표측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박 대표 측에선 내심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맹형규 후보의 당선으로 이 시장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에서 영향력 행사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표 측에서 타 후보 보다 맹 후보의 당선을 기대했던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당 관계자는 박 대표 측이 "이 시장에 비해 영남권과 충청 호남지역에서 우세하다고 점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 시장의 영향력을 일정부분 흡수할 경우 해볼만 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자신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맹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에서 영향력 행사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