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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 같은 당내 공천 잡음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는 독보다는 약이 되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21일 한 토론회에서 패널들로부터 ‘공천비리’로 매를 맞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여줘 당 대표로서 단단해진 느낌을 줬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최악의 경우 후보를 못 내는 한이 있어도 비리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패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는 당직자들만 당황했을 뿐 박 대표는 오히려 유머로 반격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후보 못 내는 한이 있어도 공천 비리 용납하지 않겠다”
박 대표는 우선 공천비리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천권을 시·도당공천심사위원회에 이양한 상향식 공천제도의 개혁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천 후에도 비리가 발견된다면 공천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어떤 사람도 예외 없이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공천비리로 무너질 수는 없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중앙당에서 몇 사람이 모여 하던 공천을 각 지방 시·도당에 전부 나눠 주고 그 지역 일꾼을 민주적으로 뽑도록 했다”며 “거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천에 관여하는 숫자가 많아 지다보니 자연히 통제에 어려운 점도 있고 부패가 끼어들 여지도 많다.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당내 클린공천감찰단을 발족하고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며 개혁 과정의 진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바뀌었으면 행동과 말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안됐다”며 “문제점을 고쳐 비리를 척결함으로써 한발 한발 새로운 정치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문제점을 보완해 완벽에 가까운 공천제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연이어 터지는 당내 ‘악재’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박근혜표 전투복 패션’에 비유해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장소나 모임에 맞는 복장을 할 뿐”이라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점점 바지 입는 횟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시 대선 결과 뒤바뀌지 않도록 정치공작금지법 냈다”
박 대표는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병풍조작’ ‘설훈 20만 달러 수수 폭로’ ‘기양건설 10억원 수수설’을 거론하며 여권의 정치공작에 강력 대응의지도 보였다. 그는 “무책임한 폭로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정당은 한나라당”이라며 “상대당의 무책임한 폭로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일(열린우리당의 ‘별장 파티 폭로전’)로 정치공작금지법을 낸 것이 아니고 여러 번 당하다 보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 또다시 대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 마련했다”며 “앞으로 선거전 등에서 무책임한 폭로를 하지 않도록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 5·31서울시장 선거에 이명박 서울시장보다 덜 절실하지 않느냐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 “전혀 아니죠.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느냐”고 애교 섞인 항의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뒤 당 대표로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그는 “당 대표는 원칙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며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도 신중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항상 경선 등에 있어 오해를 받지 않고 불공정 시비에 걸리지 않게 신중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가지고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표는 대표로서의 입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이라는 것이 약점이지만 정치권 여성 참여 활발해 질 것”
박 대표는 자신의 장점을 “원칙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 반면 여성 제1야당대표이면서도 ‘여성’이라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그는 “여성이라는 선입견 내지 편견이 있다. 여성은 무조건 약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독 정치권만 여성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마음이 엮어져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져 가고 있다”고 여성 대권주자로서의 포부도 드러냈다.
박 대표는 또한 재산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매년 신고하고 있고 보도도 됐는데 못 봤냐. 그런 것을 두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 “아파도 드러누울 겨를이 없어 병균이 침입할 여지가 없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해 토론회장에 웃음을 이끌어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