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겸임교수 장성희씨는 4일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혹한 인권 유린 실상을 담은 뮤지컬 ‘요덕스토리’(연출 정성산, 제작 극단 빅디퍼)를 혹평하면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향해서도 “연극을 욕되게 하지 말고 그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극작가이자 연극평론가이기도한 장씨는 이날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요덕스토리’의 극 논리에 대해 “빈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압제 하에서 인권이 짓밟히는 데는 민감할지도 모르지만 여성의 성적 유린에 관한 인권의식은 둔감해 남성적 판타지 수준에 그친다”고 평가절하했다.  

    장씨는 이어 “북한의 인권실상을 폭로하려는 의도가 감성적 멜로물로 포장되고 신앙 간증까지 겹쳐지니 상차림이 어지럽다”면서 “형식적 통일과 삽화의 절제, 보편적 감동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인 이 작품이 빛을 보려면 좀 더 기다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특히 “문제는 이 연극이 안에서 자기 샘을 더 깊이 파고 소재를 승화하고 예술적 완성도를 성찰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로 극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행렬, 남북의 이념과 체제 대립을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보수언론의 아전인수격 보도 행태 등은 이 연극을 보편적 감동에서 이탈시키고 ‘이념의 간증극’으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연출가는 극장을 찾은 정치인들을 호명해 소개한다”고도 전했다.

    장씨는 연출가 정성산씨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통해) 모처럼 굿판이 마련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그러나 탈북인을 대상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박탈감과 분노를 직시하되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터득할 수 밖에 없는 생존 원리가 차라리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에 왜 눈을 감는가”라고 되물었다. 장씨는 계속해서 “진정한 민족굿, 배제와 증오의 분리감이 아닌 통일지향과 해원의 굿판이 되기 위해 연극을 욕되게 하지 말라. 그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장씨는 또 “한국 연극이 이념의 선전 선동 도구이거나 국가 제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진지 이십여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낯설기까지 하다. 정가 일각과 특정 언론사는 이 공연을 정치적으로 주목하고 대대적인 찬사를 쏟아 붓고, 홍보도우미를 자청했다”고도 했다.

    ‘요덕스토리’는 지난 2일 폐막하기까지(3월 15일 개막) 매일 만원 관객들이 몰려들어, 오는 18·19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에 들어간 뒤 미국과 유럽 무대에도 올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