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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취업이지 이념문제엔 관심없다'
30일 오후 동국대학교에선 같은 시간에 두개의 강연이 있었다. 본관 중강당에서는 '청년의 꿈과 도전'이란 주제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강연이 이뤄졌고 중강당 밖에 세워진 천막에선 '한국정치와 국가보안법'이란 제목으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강연을 했다.
두 강연 모두 시작 전부터 동국대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의 촉발은 동국대 총학생회가 이 시장의 강연을 추진하고 학교당국이 이를 허가해줬기 때문. 이 시장의 강연에 반대하는 학생측의 불만은 '6.25는 통일전쟁'이란 발언으로 직위해제 된 이 학교 교수 강정구씨의 천막강연은 불허하면서 이 시장의 강연은 왜 허가를 하느냐는 것이다.
'강정구 탄압반대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와 경영대·사범대 학생회, 민주노동당 동국대 학생위원회는 이 시장의 강연이 추진되자 성명을 내고 서울시청 앞과 학교 안에서 시위를 하는 등 학교측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번 강연이 총학생회측에서 추진한 것인 만큼 불허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시장의 강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를 반대하는 측에선 같은 시간대에 이 시장의 강연이 열리는 강당 밖에서 임 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며 맞불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동국대 학생들의 선 택은 압도적으로 이 시장쪽이었다. 이 시장의 강연이 진행된 중강당 안에는 학생들이 가득 들어찬 반면 임 의원이 강연을 한 천막에는 겨우 30여명만이 모여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강연의 주제. 이 시장은 이날 강연 주제를 '청년의 꿈과 도전'으로 잡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등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는 강연을 진행했고 임 의원은 강씨를 지지하기 위해 주제를 '국가보안법' 등 이념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강연했지만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학생들 역시 어려운 가정환경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기업 CEO를 거쳐 서울시장이란 자리까지 오른 이 시장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듣기 위해 눈과 귀를 기울였다. 특히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강연동안 학생들은 이 시장의 강연에 박수를 보냈고 강연이 끝난 뒤 이 시장에게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안을 묻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자신의 강연을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 사이로 강연장에 들어온 이 시장도 이를 의식한 듯 강연의 화제를 학생들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일자리 창출에 맞췄다. 이 시장은 "국가가 해야할 가장 큰 일은 일자리 제공이고 우리사회의 당면과제도 일자리 창출"이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학생들도 강연이 끝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끝난 직후 "이 시장의 캐릭터는 젊은이들에게 큰 매력"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 시장의 대안을 질문하는 등 강연에 촉각을 세웠다.
반면 임 의원의 강연은 이 시장에 비해 매우 썰렁했다. 장소가 협소했고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는 않았지만 좌석 여러 곳이 비는 등 초라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연 시작때는 40여명이 있었지만 임 의원의 강연이 끝날 무렵엔 학생 20여만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강정구씨도 임 의원의 강연을 들었지만 학생들을 불러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시장의 강연이 끝난 뒤 강연장을 빠져나오던 학생들은 임 의원과 강씨가 있던 천막을 그대로 지나쳐 돌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