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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미에 걸린 짐승이 불쌍하다면 올가미를 풀어줘야지 고기나 밥 주고 약을 발라주고 떠난다면 결국 올가미 때문에 죽고 만다”
탈북자들이 바라본 정부·여당의 대북 정책은 북한 실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자위용 정책’이다.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진 ‘햇볕정책’이 북한 인권을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하며 ‘역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가 29일 국회에서 개최한 '브뤼셀 제3차 북한인권국제대회 성과보고회'는 벨기에에서 진행된 북한인권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브뤼셀 북한인권대회와 유럽의회의 북한인권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탈북자들은 이날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쌀만 주면 북한인권 풀린다는 김대중 역적들, 개소리"
북한경공업성 책임지도원으로 체코에서 200명 정도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직원으로 있는 섬유공장을 운영했던 탈북자 김태산씨(2002년 탈북, 53)는 “맹목적인 대북지원은 독재자 김정일만 도울 뿐”이라며 “북한 정부 기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한국정부와 유엔 인권단체들이 많은 자금을 북한에 지원했지만 인민에게 돌린 것은 없이 군수와 핵폭탄 생산에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북한인권 문제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와는 다른 정치적 문제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정치·경제적 활동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며 “대한민국의 김대중 역적들은 쌀만 주면 북한인권 문제가 풀린다고 하는데 개소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올가미에 걸린 짐승이 불쌍하다면 올가미를 풀어줘야지 고기나 밥 주고 약을 발라주고 떠난다면 결국 올가미에 의해 죽고 만다”며 “정치적 올가미에 걸려 있는데 쌀이나 먹여주면 정치·경제적 활동의 자유가 찾아지느냐”고 답답해했다.
그는 “북한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인권 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열쇠는 탈북자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며 “김정일은 탈북자들에 의해 북한의 반인권적 상황이 폭로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사람들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안타깝다고 하는데 북한도 대한민국 땅이라고 법으로 인정해 놓은 한국 정부와 국회는 두껍게 입을 다물고 있다”며 “한나라당이라도 전 당원이 같은 목소리를 내서 북한인권 문제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적 종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북한에 갖다 바치는 것도 철저히 금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박정희 정권 때 먹을 거 줬는데 왜 싸웠느냐”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다룬 ‘수용소의 노래’라는 책으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까지 만났던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기자 강철환씨는 “13년 전 한국에 와서 정치범 수용소를 최초 폭로했고 이슈화도 돼 해결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13년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실상을 알고있지만 한국 사회는 그것을 알리는 것조차 안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김대중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북한에 식량지원을 했더니 인권이 개선됐다고 막말했는데 북한 인민을 먹을 것만 주면 되는 동물에 비유했다”며 “박정희 정권도 (국민들에게) 먹을 것을 줬는데 (인권개선 하라고)왜 싸웠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의 증언에 귀 기울였다면 오늘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김정일 정권을 지속시키는 쓸데없는 대북지원은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의 90% 이상은 한국 정부의 방치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북송에 반대하는 강력한 항의 성명을 중국 정부에 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1998년에 탈북 했지만 5년간 중국에 머물다 2003년에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던 탈북여성 이신씨(북한 무산 광산 기술선전대 배우, 28)는 탈북자들이 중국에서만이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중국에 5년간 체류하면서 이집 저집 팔려 다니고 물건 취급당한 일을 이야기하려면 끝이 없다. 중국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목이 멘다”며 “목숨하나 구하려고 탈북 했기에 팔려 다닌다고 해서 불만을 가져보지 못했다. 응당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TV에서 한국대사관 담을 넘는 다른 탈북자들을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이씨는 “중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난민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고 제발 북송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탈북자에게 일자리를 줘서 중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목숨 걸고 한국까지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중국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만 된다면 굳이 한국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한국정부가 실질적인 요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지호 “브뤼셀 가서 코미디한 한총련”
브뤼셀 북한인권대회에 참석했던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를 논하는 햇볕론자들의 논리는 '먹고사는 생존권적 인권부터 해결하고 나서 정치적 자유를 논하는 게 낫다'는 것”이라며 “이는 빵만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외치던 사람(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뒤에 들이댄 잣대”라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이 논리의 허구성은 간단하다. '생존권적 인권' 이전에 맞아 죽지 않을 자유가 있다”며 “선진국에는 동물보호법이 있는데 북한 동포들은 선진국 동물만도 못한 것이다. 최소한 맞아 죽지 않을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북한인권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입만 열면 부시 정권이 김정일을 넘어뜨리기 위한 인권놀음,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한국의 김정일 친구들이 브뤼셀에 가서도 코미디를 하고 있더라”며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부시와 적대적인 관계인 유럽에 와서 외친 구호가 ‘No War, No Bush’였다”고 비웃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