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 다음부터 OX 퀴즈.

    Q1 조지프 매카시는 멀쩡한 사람을 빨갱이로 몰았던 정신병자다

    Q2 중동에서 일어나는 테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 때문이다

    Q3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은 항상 올바르고 정의로운 것이다

    다음 세가지 질문에 모두 O라고 답한 분들은 손을 한번 들어 보시라.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좋다. 여러분이 상식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했던 물음에 아니라고 답하는 책이 나왔다. 3월 출간된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저자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책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주로 미국에서 출간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지난 5년간 조선일보와 월간조선 그리고 시대정신에 기고했던 서평 중 100건을 골라 주제별로 묶은 것이다.

    ‘세계의…’는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됐다. 미국의 대통령과 이들을 배출한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대통령, 미국 정치’, 링컨 대통령 시절부터 최근 북핵 위기까지 역사를 되짚어보는 ‘역사에서 배운다’, 미국과 이슬람 문화권의 갈등을 다룬 ‘이슬람 테러와 중동’, 절대 선(善)의 가치를 선점한 진보 세력을 점검해보는 ‘진보세력을 비판한다’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책 내용으로 한번 넘어가 보자.

    보통 사람들이 알고있기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에 빠진 미국 경제를 구한 훌륭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 있다. 미국 역사학자 짐 파월이 지은 ‘FDR의 바보짓’ 이라는 책이 바로 그것. 

    이 책은 뉴딜정책의 신화를 벗긴 책이다.1933년 대통령에 취임한 루즈벨트는 은행을 조각조각 냈다. 큰 은행은 사악한 거대 자본이고 작은 은행은 좋은 은행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작은 은행은 부실해지기 마련이라 은행 파산이 오히려 증가했다. 또 뉴딜정책을 펼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루즈벨트 행정부는 세금을 대폭 올렸다. 세금이 올라가자 실질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은 소비를 줄였고 경기 침체는 더욱 심해졌다. 결국 중·소농과 소작농이 몰락했고 식품이 비싸져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반 시장 정책과 반 기업 정서가 팽배해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브레이크 다운’의 저자 빌 거츠(워싱턴 타임즈 기자)는 9.11 테러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선 후 CIA의 해외 정보 활동은 위축돼 버렸다. 국장이 자주 바뀐 데다 정보 분야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국장과 고위직에 임명되었다. 인적 정보활동을 오래전에 포기해버린 CIA는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001년 6월 미니애폴리스에 주재하던 한 FBI 요원은 비행학교의 아랍인 유학생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신병을 확보하고 본부에 배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FBI 본부의 법률가들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했다. 9.11 테러가 일어난 후에야 이 아랍인 유학생이 이 테러에 참가한 20번째 테러리스트였음이 드러났다. FBI의 법률가들때문에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다. 국정원 도청 사건 등으로 인해 정보 기관의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겹쳐 보이는 책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 천성산 고속철도 개발 논란 등으로 인해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쥬라기 공원’의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이 환경 단체의 음모를 그린 신작 ‘공포상태’를 보자. 하버드 의대를 나온 클라이튼은 지구 온난화와 환경단체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니콜라스 드레이크는 환경자원기금(NERF)라는 큰 환경단체의 대표다. 그는 온난화 등으로 지구가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사람들은 무관심하다며 불만이 많다. 그는 이상 기변이 닥쳐야 사람들이 공포 상태에 빠질 것이고 그래야 환경단체에 돈이 많이 들어와 자신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투를 대리해 미국 환경보호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자 한다. 소설속의 NERF는 미국의 영향력있는 환경 단체인 자원방어협의회(NRDC)를 모델로 한 것이다.

    미국 미주리 대학 정치학과 교수 마틴 로체스터가 지은 ‘교실 전쟁’은 미국의 공립학교 현실을 생생하게 고발한 책이다. 오늘날 미국 대학교육은 세계 제 1의 수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전 세계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진보주의에 입각한 교육 개혁 때문에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력이 갈수록 저하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공립학교를 병들게 한 것이 1960년대부터 유행한 공동주의적 진보주의라고 단언한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더욱 잘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이 자기 적성과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면 된다는 포퓰리즘적 사고방식이 공립학교를 지배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과목을 힘들어 하면 그런 교과목은 필요없다면서 아예 퇴출 시킨다. 교사들은 확실한 지식을 전달하기를 포기하고 토론수업을 한다는 핑계로 쓸데 없는 논의나 하고 있다.

    진보주의교육이론가들은 모든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특기를 갖고 있고 또한 나름대로 모두 훌륭하다는 이론에 입각해서 성적 차이가 나는 전통적 과목을 폐지하거나 축소해 버렸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인다면서 시험을 아예 없애거나 정답이 있는 객관식 시험 대신 자기 체험을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으로 시험을 대체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수학과 과학은 백치 수준이고 영어 쓰기도 못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자연히 공립학교는 평범하거나 멍청한 애들이 가는 학교로 인식되어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과거 ‘한가지만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정책을 펼쳤던 어떤 인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세계의…’ 지은이 이상돈 교수는 어떻게 이런 책을 펴내게 됐을까. 그는 서문에서 “199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 출판계에 일어난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좌파 서적의 번역출판 붐이었다”며 “마르크스평전이나 체 게바라 일대기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노암 촘스키의 책은 거의 전부가 번역되어 나왔다. 하워드 진 같이 이미 잊혀진 급진 좌파의 책도 번역출판 됐으니 미라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온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상황는 우리와 정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진보 정치의 허구와 진보 인사의 위선을 다룬 책이 많이 나왔고 그런 책들이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좌편향 정책의 혼란스러움을 겪었던 미국.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한번 투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