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3월 24일. 무너져가는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해 박근혜 대표가 당시 여의도에 위치한 호화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이전한 날이다.

    탄핵역풍으로 당이 존폐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박 대표는 대표취임 첫날부터 '차떼기 당'이란 오명을 씻고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천막당사 이전 이란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았고 그 뒤로부터 박근혜 식 정치로 한나라당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그 결과 박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50석도 얻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21석이란 의석수를 획득하며 단숨에 '차기 대통령 후보'반열에 올랐다. 박 대표의 취임 이후 3번의 재보궐 선거를 압승하고 7%의 당지지율을 40%로 끌어올리는 등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순항해왔다.

    2년이 지난 2006년 3월 24일. 한나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아래 이번 주를 '천막당사 주간'으로 규정하고 당사를 천막으로 이전한 지 꼭 2년이 되는 이날 '대국민 약속 실천대회'를 개최했다.

    천막당사 이전 2주년이란 의미도 있지만 이날 행사는 최근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테니스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70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역력했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악재가 이어지고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이날 행사를 통해 당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 특히 박 대표는 자신의 대표 임기 중 마지막 선거인 5·31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래서인지 박 대표는 이날 전투복으로 불리는 검은색 바지정장과 붉은색 블라우스를 입고 행사장에 참석했다.

    이 같은 의상에 대해 사회를 맡은 박찬숙 의원은 "5·31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투복이 아니냐"며 "바지정장에 붉은색 블라우스를 입으셨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정열적으로 전투적으로 치러 승리하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이날 개최한 행사에선 기적을 이뤄냈던 2년전 총선 결과가 다시 재현되길 기대하는 모습이 강했다. 행사시작 전부터 박 대표가 여의도 구 당사의 현판을 떼고 천막당사로 이전하는 모습부터 2004년 6·5 재보궐 선거 압승까지를 영상물로 만들어 상영했다.

    영상물은 박 대표가 대표 취임하는 순간부터 천막당사 시절 힘들었던 모습과 박 대표의 17대 총선 유세장면 등 지난 2년 간 박 대표가 한나라당을 일으키는 과정을 담았다.

    박 대표도 자신의 취임 이후 지난 2년 간의 활동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여러가지로 매우 의미있는 자리다. 대국민약속실천대회를 개최한 이 날을 한나라당의 자랑스런 날이라 자부하고 싶다"며 행사에 대한 긍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힘들게 보낸 2년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2년전 오늘 당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천막당사로 옮겨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고 입만 열면 '야당이 무슨 정책이냐'는 집권여당의 비난속에서도 참고 노력하며 백서를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전개되고 있는 메니페스토 운동도 국민과의 약속을 얼마나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 한나라당이야말로 메니페스토 운동을 2년전부터 실천해 온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어느 정당보다 당당하고 자신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한나라당의 현 상황은 좋지 않다. 당에 잇따른 악재가 터지며 당 분위기 역시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 한나라당은 이날 행사를 통해 천막당사로 이전하며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2년전 당시를 떠올리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천막당사 시절의 힘들었던 순간을 강조하려던 당초 취지와 달리 영상물은 마치 대표 취임2주년을 맞은 박 대표의 그간 노고와 성적표를 알리는 '박근혜 홍보용'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 중 지방선거 준비를 하는 의원들은 중간에 자리를 떠났고 예정된 행사시작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진행하는 등 한나라당은 이날 행사를 통해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오늘 하루 2년전 향수에 젖어보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돌이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