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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무총리 인선을 놓고 갈피를 못잡고 계속되는 청와대의 입장변화에 한나라당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청와대는 새 총리 후보를 김병준 청와대정책실장과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으로 압축해 놓고 유·불리를 따지며 저울질을 하고 있고 24일경 최종 후보를 낙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연속성과 최근 정치적 분위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 김 실장에 무게를 실었던 청와대는 21일 첫 여성총리라는 상징성과 야당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이유로 한 의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하루만에 한 의원으로 쏠리던 분위기를 다시 바꿨다.
22일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김 실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 같고, 최근 정치적 분위기를 본다면 한 의원이 보다 강점이 있는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야당의 반대가 덜한 인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한 의원 쪽으로 무게를 실었던 이병완 비서실장의 발언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이 이처럼 오락가락 하자 한나라당 더욱 혼선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오락가락 하는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간에 혼선이 빚어지고 당의 입장을 정리해 대변하는 대변인단 사이에서까지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새 총리 후보가 김 실장과 한 의원이라면 상대적으로 한 의원이 낫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유는 김 실장이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온 인물이라는 것. 한나라당은 김 실장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자 정치적 중립성과 자질문제를 지적하며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이방호 정책위의장은 21일 "김 실장은 총리감도 아니고 무게도 떨어진다"고 말했고 허태열 사무총장도 "도덕성이나 경력 등에 있어 총리가 되기엔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정책실장으로 재임하며 수행한 정책 중 실패한 사례가 많고, 자신의 위치도 모른 채 정치적 입장에서 야당 공격에 가담했다"고 반대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한 의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당적만 정리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 이 대변인도 여성총리 발탁을 주장하며 한 의원에 무게를 실었고 김영선 최고위원도 한 의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22일 이 같은 한나라당의 기류는 갑자기 변했다. 김 실장에 반대하던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당 당적을 가진 인사가 총리가 된다면 국회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겠다. 차라리 김 실장이라면 청문회에 불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쪽에 무게를 싣던 당초 주장과 달라진 것이다.
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대변인단도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변인은 22일 "새 총리 내정자가 김 실장과 한 의원으로 압축됐다면 한 의원이 더 낫다"고 말한 반면 구상찬 부대변인은 "거론 대상자 면면을 보면 국정쇄신도, 정국안정도, 경제회복도 기대난망이고 실망이 크다"며 한 의원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이유는 지방선거에 대한 고민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으로 여성표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총리가 나올 경우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최 의원 사태로 타격이 큰데 여당이 여성총리로 주목을 받으면 선거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여성 총리-여성 서울시장' 그림이 그려지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냈고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여성이라는 점을 앞세워 강 전 장관과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략적 계산이 있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 의원보다 김 실장에 대한 공격거리가 더 많다는 점도 한나라당의 혼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변인은 23일 "(한 의원이)당적을 버릴 수 없다면 나머지 사람을 선택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김 실장을 고집해서 내정하면 청문회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김 실장 불가방침에서 후퇴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