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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손지열, 이하 선관위)가 21일 전자개표기 공개 시연을 열었다. 이날 공개시연회에 참석한 구국투쟁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시연이 진행되는 동안 전자개표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구국투쟁위원회, 나라사랑실천운동, 대한민국수호범국민연합, 멸공산악회 등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은 이날 과천 선관위 정문 앞에서 공개시연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9월 ‘전자개표기 사용 결정 집행정지 신청’관련 소송을 대리한 서석구 변호사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서 변호사는 한국산 전자개표기를 수입했던 필리핀의 사례를 들며 전자개표기 의혹을 제기했다. 필리핀 대법원은 2004년 ‘조작이 가능하고 부정확한 개표기이므로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불법적이고 경솔하며 성급한 결정이다. 선거제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산 전자개표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판결을 선고했었다.
서 변호사는 “선관위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전자개표기 시연은 대대적인 부정 전자개표를 하기 위한 음모”라며 “2002년 대선에서 평균 5%의 미분류표가 발생했다. 이런 비율로 유효표에서도 기호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표가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오늘 하는 시연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 선거에서는 잘못된 기계를 쓰고 오늘은 제대로 된 기계를 내놓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국투쟁위원회 윤정상 위원장은 “전자개표기는 슬롯머신이나 마찬가지”라며 “선관위가 전자개표기 시연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오후 2시부터 선관위 기자실에서 열린 공개시연회는 시작하자마자 아수라장이 됐다. 전자개표기 의혹을 제기해온 시민단체 회원들은 ▲2002년 대선 당시 사용된 개표기 프로그램과 이날 시연되는 개표기 프로그램이 같은 것이냐 ▲선관위가 처음에는 ‘전자개표기’라는 말을 쓰다가 ‘전자분류기’라는 말로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이들은 전자개표기 시연 컴퓨터에 각 후보별로 유효표의 숫자가 세어지는 것을 지적하며 “이것이 어떻게 단순히 분류되는 것이냐. 이것은 곧 개표를 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조작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항의했다. 이들이 시연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자 선관위 직원들도 '경찰을 부르라'고 응수했다. 이에 흥분한 한 시민단체 회원은 가지고 있던 가방과 서류를 집어 던지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선관위 직원은 기자와 만나 “미분류표는 무효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제대로 투표를 했어도 인주가 덜 찍히거나 약간 투표칸을 벗어난 경우도 미분류표로 들어간다. 이런 경우 다시 검사를 해 무효표와 유효표를 구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분류표가 유효표에 들어갈 확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 김용희 전자선거추진위원단장도 “1차적으로 전자개표기(전자분류기)에서 표를 후보별로 나누어 계산을 하고 심사집계부에서 최총 집계를 하게 된다”며 “최종적으로 심사집계부에서 표가 ‘집계’되는 것이지 전자개표기 단계에서 집계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계표기 단계는 ‘분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삼고 나선다면 선관위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