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야당 한나라당을 지탱하고 있는 두 버팀목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20일 어느 때 보다 힘든 하루를 보내야 했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천잡음에 가슴을 졸이고 있는 박 대표는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히자 더욱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갑작스런 최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에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박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박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최 의원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도 한 마디 언급없이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최 의원에 대해 당 차원에서는 언급할 게 없다"고만 했다.

    박근혜, 공천잡음 수습도 힘든데 최연희까지

    매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천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박 대표에게 최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설상가상격. 당직자들도 여당을 비롯한 타 정당의 정치공세를 예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 의원 문제와 더불어 박 대표의 목을 죄고있는 것은 공천문제. 박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공천잡음에 대한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이번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공천은 그 어떤 정당도 그 누구도 여태까지 시도하지 않은 개혁적인 공천"이라고 강조한 뒤 "이것이 성공해야만 우리 정치가 다시 한번 크게 발전하고 정치개혁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천잡음에 대한 박 대표의 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 불협화음 등이 없을 수 없지만 이 개혁적 공천이 실패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직자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의 공천문제가 중앙당에서 컨트롤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각 지역의 공천 잡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중앙당이 컨트롤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몰매를 맞기 전에 차라리 일찍 공천문제가 터져 빨리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더 낫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오전 회의에 이어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개혁공천이 성공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명박, 취재진 질문공세에 100분간 진땀 흘려

    이 시장도 이날 진땀을 흘려야 했다. 미국방문을 통해 자신의 대권레이스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이 시장은 뜻하지 않은 '테니스 논란'으로 방미성과가 수면아래로 묻히는 것은 물론 순항하던 대권행보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

    이날 '테니스 논란'에 대한 해명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을 찾은 이 시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당초 30~40분 정도로 예상했던 기자회견 시간은 1시간 40분 가량 진행되며 이 시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이 시장은 취재진의 계속되는 질문 공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황제테니스'란 비판과 '로비 의혹' '공짜시비' 등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고 반박했지만 융단폭격기 처럼 퍼붓는 취재진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나타냈고 자세도 낮췄다.

    정태근 정무부시장이 "이 자리에서 모든 의혹을 다 풀겠다"고 말했지만 기자회견 이후에도 취재진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모습을 나타냈고 이 시장 측 관계자들은 각 언론사 취재진을 만나며 해명하기에 바빴다.

    여당을 비롯한 민주당 민노당 등은 이 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상황. 열린우리당의 자체 진상조사단은 이날 남산테니스장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였고 조사결과에 따라 검찰고발과 국정조사 추진 등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역시 "이 시장의 해명은 요금대납 문제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이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시장의 목을 좼고 민노당은 검찰고발과 감사원 감사청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당의 차기 대권주자인 이 시장이 몰매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이 시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해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당에서 이 시장 관련한 얘기는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의 대선주자로 확정이 됐으면 모를까 지금은 서울시장이고 서울시에도 대변인이 있지 않느냐"며 곤혹스러워 했다. 박 대표와 이 시장 모두 서로에게 닥친 위기를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