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4일자 사설 '노대통형 국민과 게임하려 해선 안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오늘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어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심 수렴 결과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대통령은 7박 8일 간의 아프리카 순방 중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도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읽힌다. 

    경질론이 대세인데도 결과를 예측할 없는 것은 노 대통령이 특유의 ‘역발상’으로 ‘정치 게임’을 벌일지 모른다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해 연정론 제안 때나, 올해 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때 드러났듯이 노 대통령은 상식과 통념을 뒤엎는 발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왔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1절 골프’ 파문은 이 총리의 최고위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 여부를 넘어서 정경유착의 의혹이 짙은 ‘골프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오죽하면 여권에서 어떤 ‘모양’과 ‘명분’을 갖추어 이 총리를 퇴진시키는 것이 좋을지, 해법을 궁리 중이겠는가. 영남제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이 총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선택은 남은 2년의 국정운영 성패를 판가름할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다시 역발상의 해법으로 총리 경질을 거부하거나, 이런저런 군색한 이유를 들어 미룰 경우 국정운영의 순항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가속적인 민심 이반으로 레임덕(권력누수)이 앞당겨지면서 국정 혼란과 국력 소모가 커질 우려가 높다.

    민심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아프리카 순방 중 각국 정상들로부터 한국의 발전상에 대한 칭송을 들었다.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은 선배 세대와 오늘의 국민, 기업이 피땀 흘린 대가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더는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오기(傲氣)를 버리고 총리 경질의 결단을 내려야한다. 국민이 원하는 새 총리를 찾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