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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의원직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연희 의원이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잠적한지 9일째. 최 의원의 잠적 시간이 길어질 수록 한나라당의 고민도 깊어가는 모습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최 의원이 바로 의원직을 사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건이 터진 직후 탈당하며 최 의원이 사태수습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최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모습을 나타내자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워 하고있다.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파동이란 호기를 잡아놓고도 한나라당은 최 의원의 잠적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공세를 펼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열린우리당을 비롯한 타 정당과 여론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 한나라당을 제외한 타 정당들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최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사건을 부각시키며 거듭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최 의원을 감싸고 있다고 비판하며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당 지도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 의원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의 입장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최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 일부 여성 의원들까지 "갑갑하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안경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재오 원내대표가 허태열 사무총장으로 연락창구를 일원화시키고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일이 계속 꼬일 것 같은데 갑갑할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당 여성위원장 자격으로 기자실을 찾은 박순자 의원은 최 의원 거취문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답하다. 세계 여성의 날과는 별개로 하고 싶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브리핑룸을 빠져나가면서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꼭 그 질문을 하셔야 됐습니까"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모 재선의원도 최 의원의 거취문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뭐라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동료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를 거론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의 경우 "최 의원이 탈당까지 한 상황에서 당이 최 의원에게 의원직을 사퇴하라 말아라 할 수 없다"며 "의원직 사퇴여부는 지역주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여성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다시 한번 최 의원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이번 문제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생각해야지 다른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이처럼 최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한나라당 의원들간의 입장은 정리되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최 의원의 문제를 안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최 의원 문제를 털고가지 않고서는 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수 없기 때문.
한나라당의 가장 큰 고민은 최 의원의 사퇴에 대한 본회의 표결처리 여부. 현재 민주노동당이 최 의원의 '의원직 제명결의안'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민주당도 최 의원이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민노당과 입장을 함께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만일 민노당 주도로 최 의원에 대한 제명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해 처리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선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먼저 제명결의안을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제명결의안이 제출돼 표결처리 하는 상황까지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표결처리까지 간다면 한나라당은 또 한번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그것은 마지막 수단이 아니겠느냐"며 원치 않는 모습을 나타냈다. 안 수석은 제명결의안 제출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먼저 최 의원의 제명결의안을 제출하는 문제는 좀더 경과를 지켜본 뒤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