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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본격적인 대권기싸움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 시장이 지난 3일 최근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행 파문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한나라당 상황과 관련, "해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고 강하게 비판하자 박 대표도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장을 "당이 어려울 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개인플레이 하는 사람"이라며 역공을 펼쳤다.두 사람 모두 대표와 시장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과 최근 두 사람의 대권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터진 이번 충돌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두 대권후보를 둘러싼 당내 세력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이날 작정한 듯 이 시장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 시장이 "해변에 놀러온 사람들"이라며 당을 향해 충고를 했다고 하지만 박 대표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당을 이끌고 있는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박 대표가 '상생'이라는 자신의 정치기조를 깨고 엄동설한에 첫 장외투쟁을 벌인 '사학법 반대 투쟁'에 대해 "이재오 원내대표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사학법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비꼬은 점은 박 대표의 화를 머리끝까지 차오르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박근혜, 전투복 입고 작정한 듯 이명박 향해 맹공
평소 5분여 가량 늦게 입장했던 회의도 이날만큼은 정각에 입장했고 회의장에 들어서는 박 대표의 표정도 매우 어두웠다. 특히 사학법 투쟁 이후 잘 입지 않던 전투복 바지정장까지 꺼내 입으며 작정한 듯 이 시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또 보통 발언을 짧게하는 박 대표가 이날 회의에선 이례적으로 10여분간 마이크를 잡았고 회의 말미에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많이 민주화가 돼서 당 소속인들이나 의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하면서 그동안 바람직한 방향으로 당이 진행돼 왔지만 최근 이런 자율성이 부여된 환경을 악용하는 사례들, 도가 지나치는 사례들이 자꾸 발생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당이 여러 가지 안 좋은 사건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으면 소속된 사람들은 공동책임을 느끼고 더 자중하고 언행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잘 될 때는 당을 깎아 내리려 하고 당이 어려움에 빠지면 뒷짐지고 부채질만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 시장을 겨냥한 비판을 시작했다.
"(이명박) 과연 당을 같이 하는 사람 맞나"
그는 "당이 어려울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은 마치 당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당을 희생해 개인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 시장을 향해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고 공인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작년 말과 올해 초 아주 심한 추위속에서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이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사학법 투쟁을 벌였다"고 말한 뒤 "그래서 재개정을 요구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사학법 투쟁까지 폄하하는 발언들은 과연 당을 같이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개탄했다.
이는 이 시장이 "이 원내대표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사학법 투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비꼰 것을 겨냥한 비판이다.
그러면서 "당이 극히 민주화 돼 있고 많은 자율성이 부여돼 있지만 그렇다고 언행을 맘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가급적 말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당을 잘 이끌어갈 책임이 있는 대표로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마이크는 다른 당직자들에게 넘어갔고 회의를 비공개로 돌릴 무렵 박 대표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월요일부터 이런 무거운 얘기를하게 된 것은 지금 의원이나 당원들이 과거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라며 "4.15총선 직전 거의 없어질 뻔한 당을 기사회생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그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뒤 "그렇게 회생한 당을 자기이익을 위해 폄하해서 되겠느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