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소 가운데 비타민을 잘 섭취하지 않으면 이런 병에 걸린다. 비타민 B가 부족하면 각기병에 걸릴 수 있고, 비타민 C가 부족하면 괴혈병에 걸릴 수 있으며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구루병, 비타민 K가 부족하면 빈혈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아마 독자들은 학창시절에 생물시험 공부를 위해 비타민에 대해서 달달 외웠던 것이 기억날 것이다. 이렇듯 비타민은 나름대로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비타민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금방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맹형규와 비타민

    맹형규 전 의원(이하 맹씨)이 최근 ‘도시 비타민 M’이라는 책을 냈다고 한다. 일단 맹씨가 책을 냈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정치인 입장에서 자신의 이념과 철학을 담은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도시 비타민 M’이란 책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이 빨리 안 온다는 것이다. 제목은 특이해서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제목에서부터 대중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맹씨의 책 제목은 ‘도시 비타민 M’이지만 냉정히 보면 오히려 맹씨는 ‘비타민 섭취’가 필요한 정치인으로 보인다.내가 볼 때 맹씨는 지금 ‘비타민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말한대로 비타민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금방 죽지는 않는다. 다만 고통을 받게 된다. 마찬가지다. 맹씨의 입장에서 ‘비타민’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내가 볼 때 맹씨는 약간의 차이로 강력한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타민 결핍 현상이 지속된다면 맹씨는 홍 의원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

    ‘비타민 결핍’이란?

    물론 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서울시장 경선이 온갖 변수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전제해두자. 특히 조직력이나 자금력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맹씨의 장기적 정치인생 관리나 본선에서 강금실 전 장관과 대결한다고 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비타민 결핍’이란 지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자. 내가 지칭한 ‘비타민 결핍’의 의미는 정치인으로서의 매력이나 개성과 같은 ‘정치적 어떤 것 부족’을 의미한다. 강금실 전 장관이나 홍준표 의원에게는 그런 ‘비타민’이 적어도 맹씨보다는 많다.

    맹씨의 강점은 뭘까? 서울방송 앵커 출신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홍 의원보다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이 강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 머리 속에 그려지는 맹씨의 강점은 이것 두 가지가 전부다.

    맹씨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경선만 통과하면 어렵지 않게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있다. 그렇긴 하다. 여당의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강 전 장관과 대결해도 맹씨 입장에서는 고정 지지층만 결집해 준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맹씨와 인터넷 전략

    그러나 강 전 장관 측에서 전략만 세심하게 만들면 지금의 한나라당 측 우위는 빛을 잃게 된다. 인물 대 인물 구도로 게임을 편성하고 영남 대 호남의 지역구도로 판을 개편하면 게임은 팽팽한 구도로 전환된다. 특히 강 전 장관이 여성이라는 점은 오늘날 약점이라기 보다 상당한 강점이다.

    열린우리당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재야의 탄탄한 지지기반은 맹씨를 전형적인 영남 가부장 남성으로 몰아 세울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여성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강 전 장관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닐 것이다. 한 사람이 100사람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설득을 하고 메신저를 통해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강 전 장관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내에 많이 살고 있는 호남 유권자들과 ‘한나라당 서울시장’만 생각하면 ‘배알이 뒤틀리는’ 진보좌파 유권자들이 가세한다. 이렇게 되면 게임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맹씨의 캠프가 ‘천하태평’이라면 이는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당장 맹씨의 약점은 맹씨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맹씨 캠프에서는 홍 의원 홈페이지로 들어가보라. 내가 볼 때는 홍 의원 홈페이지가 맹씨 홈페이지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 하나가 서울시장 경선이나 서울시장 선거 전체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맹씨는 현재 홍 의원(이하 홍)과의 인터넷 대결에서 패배하고 있다.

    알맹이 있는 홍, 알맹이 없는 맹

    일단 인터넷 홈페이지만 놓고 보자. 왜 맹은 홍에게 밀리고 있나.

    ① 홍은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강렬한 음악까지 나와 더욱 자극적이다.

    ② 맹의 홈페이지 전면의 메시지는 ‘자랑할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이다. 이런 식의 메시지는 솔직히 진부하다. 그리고 구체적이지도 않다.

    ③ 전반적으로 맹의 홈페이지는 너무 개성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서울시 정책을 나열해 놓은 부분도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비핵심인지 명확히 판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왜 맹인가’ 하는 이유가 명쾌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홍의 경우 홈페이지 우측 하단에 ‘왜 홍인가’하는 이유가 제시되어 있다.

    ④ 맹의 경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들도 좀 어색하게 보인다.

    ⑤ 그리고 맹 홈페이지에서는 맹 의원 온라인 팬클럽과의 연계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 홈페이지에는 홍 관련 온라인 팬클럽이 연결되어 있지만 맹 홈페이지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이는 중대한 약점이다.

    근본적인 숙제 못 푸는 맹씨

    이제까지 주로 맹씨를 비판했으나 그렇다고 맹씨의 선거전 수행이 그리 잘못되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볼 때 맹씨의 의원직 포기는 아주 적절한 시점에서 잘 이뤄졌다. 그것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한강 공약도 괜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홍 의원과 달리 맹씨는 당 내 스킨십이란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까지 당 내에서 홍 의원에 비해 맹씨가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맹씨는 적어도 어느 정도 분명한 반 박근혜 이미지를 여전히 갖고 있는 홍 의원보다 ‘적이 적은’ 상태다.

    그러나 맹씨는 근본적인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비타민 결핍’, 즉 개성과 매력의 부족이란 약점이다. 개성과 매력의 부족은 감동의 부족을 낳는다. 오늘날 대중들에게 감동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정치인은 오래 갈 수 없다. 한마디로 ‘감동없는 정치인’은 향기없는 조화 같은 느낌만 줄 뿐이다.

    1월 13일자 뉴스메이커에서 맹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뉴스메이커 유인경 편집장과 맹씨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인데 거기서도 유 편집장은 맹씨에게 ‘특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거기에 맹씨는 이렇게 답한다.

    [뉴스메이커] 그는 ‘너무 심심하다’ ‘특징이 없다’는 지적에도 수긍했다. “제 이미지가 선명치 않다고 하더군요. 그건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유비처럼 부드럽고 연한 빛깔이라도 결국 권력을 잡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후배들에게도 항상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면서 자기 일에 충실하면 언젠가 정치인도 존경받는 시대가 올 거라고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