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20대 사회에 자생 우익이 없을까? 아니다. 있다. 오히려 진보문화에 덜 물든 상경계열-공과계열 등 실용학문 분야의 학생들은 평범한 자본주의자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한국 보수와 한나라당이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앞서 언급한대로 신분상승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보수사회의 엘리트주의와 민주주의 문화의 부재, 한나라당과 보수사회 자체의 이미지 문제다.

    한국의 자생 우익 젊은이들 역시 한국 보수사회에서는 능력이 있어도 출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유층 자제에게 밀릴 것이며 한국 보수사회가 부패해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보수사회의 특징인 엘리트 주의에도 불만이 많다.

    한국 보수 기성세대들은 늘상 능력이 좀 부족해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한심하다’라고 공격해 왔다. 이런 보수 기성세대들은 가끔 사석에서 일부 한국 국민들을 가리켜 ‘무식하다’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한국 보수이념이 더 합리적이고 좋은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언행이 나오는 이유는 한국 보수 기성세대들 가운데 비교적 고학력의 기성세대들이 보수사회를 이끌어 가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보수 기성세대들은 중-고교를 시험을 봐서 들어갔고 그래서 일류학교-이류학교의 구분이 엄격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엘리트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은 권위를 내세우기 쉽다. 당장 보수사회가 그렇다. 그래서 한국 보수사회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어렵다. 당장 ‘한나라당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적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우리 편으로 돌려 놓을 수 있도록 민주대연합을 구성하자’고 주장하면 보수사회에서 나를 ‘노빠’라고 맹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관계없다. 정치는 적보다 아군이 많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그러니 할 수 만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우리 편으로 돌려 민주보수대연합을 구성해 좌파와 그 동조세력을 눌러야 한다. 하지만 일반 보수사회의 젊은이들은 ‘노빠’라고 비난받을 각오까지 해가며 소신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20대 사회에서 한나라당 지지하면 ‘은따’ 될 수도

    한국 20대 사회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면 ‘은따’(은근히 따돌림)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에 염증을 느껴도 한나라당 지지를 선택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결국 정치에 관심은 있으므로 열린우리당 같은 정당에 그냥 투표를 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보수 젊은이들이 반론을 펼 것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내 주변에 한나라당 지지하는 젊은이들 많다고.

    나는 그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려 한다.

    ‘그 젊은이들이 2007 대선에서도 계속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으로 보는가?’
    ‘그 젊은이들이 우리 젊은이 사회의 주류라고 볼 수 있는가?’

    나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운동을 했다. 주로 젊은이들을 위한 공약 만들기 작업을 했는데 그때 당시 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이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노사모’로 대표되는 노무현 후보 지지 젊은이들이 당당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나는 아마 현재도 그렇고, 2002년에도 그렇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20대 젊은이들은 주변의 가족이 열성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거나, 혹은 지역정서가 워낙 한나라당으로 쏠려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본다. 혹은 당시 여당이 워낙 싫었다거나 아니면 세칭 ‘극우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일 것이라 본다. 물론 예외는 있으나 소수일 것이다.

    젊은이 사회에서 여론이 확산되는 메커니즘은 대개 이런 식이다. 젊은이들이 모여 이런 저런 모임을 갖는다. 대개 모임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온갖 이유로 젊은이들이 모일 일은 많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 이야기가 나온다.

    가령 학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나라당과 보수사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통상적으로 나 같은 사람은 한나라당과 보수사회를 옹호한다. 그러면 한나라당과 보수사회에 원한있는 젊은이가 보통 한 두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논쟁이 되는데 몇 번 말을 주고 받다 보면 한나라당에 원한 가진 젊은이가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아예 말을 못하게 막아 버린다. 젊은이들 사회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보다 한나라당을 혐오하는 이들이 워낙 많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소극적이므로 젊은이들 사회에서 ‘반 한나라 정서’는 급속도로 확산된다.

    20대 반 한나라 정서의 확산 : 이벤트와 휴대폰

    내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기성세대들이 좀 20대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내 주변의 한나라당 성향의 기성세대들은 ‘2007 대선에서는 당연히 이긴다’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착각이다. 이 글을 읽는 보수인들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에게 이 글의 내용을 많이 알려 주었으면 한다.

    20대들이 갖는 반 한나라 정서의 확산을 더욱 빠르게 해주는 것은 정치 이벤트와 휴대폰이다. 가령 2007 대선을 앞두고 고(故) 미선-효순 양 5주기 행사를 갖는다고 생각해 보라. 젊은이들이 엄청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끔찍한 사고 사진을 꺼내들고 젊은이들을 선동할 것이다.

    ‘미군-부시는 살인마’
    ‘미국은 제국주의-전쟁광세력’
    ‘한국 보수세력은 미 제국주의자의 앞잡이’

    이런 이벤트 홍보는 어떻게 할까? 휴대폰-메신저 등 정보통신장비다. 군중의 원한을 자극하는 이벤트를 시작하고 정보통신장비를 통해 알리기 시작하면 무서운 숫자의 군중이 모인다. 이것은 곧 사회에 새로운 아젠다를 던져 놓게 되고 결국 이것은 반 한나라 정서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원동력이 된다.

    앞서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이해관계 때문에 한나라당을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 앞서 언급한 반미단체라든지 각종 시민단체, 반 한나라 언론에 근무하는 20대 젊은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있어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는 것은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그들의 ‘투쟁 여건’이 그야말로 ‘최악’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단체의 젊은이라도 실제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을 선택한다. 그나마 ‘말이 좀 통하는’ 열린우리당이 집권해야 그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영세한 반 한나라 언론이라든지, 시민단체에 근무하는 젊은이들은 보통 한 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기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유명 반 한나라 온라인 매체도 기자들 초봉이 월 100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뭘 먹고 살까? 간단하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보수사회에 대한 ‘앙심’을 먹고 산다. 이들이 자기 주변의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열린우리당 지지를 독려할 수 있는 괴력은 바로 ‘앙심’에서 나온다. 물론 그들은 앙심이 아닌 ‘정의를 실현하고 픈 욕구’에서 나온다고 하겠지만 과연 그들의 노선을 ‘정의’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과 생각이 다르다.

    정리하면 반 한나라 시민단체나 매체에서 근무하는 젊은이들이 단 1만명만 된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시민단체나 매체 말고 대학강사라든지, 노조라든지 온갖 반 한나라 집단을 통틀어 생각해 보면 1만명 정도는 될 것이다. 이들 1만명이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한다.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대고, 선거운동 자봉을 신청해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민주 개혁 통일세력’의 대선후보를 위해 지하철역 앞에 서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구호를 외친다.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 가운데 쪼갠 돈을 민주 개혁 통일세력을 위해 내놓는다. 일반 시민이 보면 눈물 겹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눈물 겨운 노력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