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열린우리당 당권경쟁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두 남자를 '쥐락펴락'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당권장악을 위해 정동영·김근태 두 후보가 벌이는 강 전 장관에 대한 ‘구애’가 이제는 도를 지나쳐 강 전 장관의 말 한마디에도 ‘생사를 오가는’ 모습으로까지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현재 열린당 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로지 베일에 쌓인 ‘신비주의’ 전략만으로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당장 16일 “정치를 하게 되면 김근태 후보와 같이 하는 것이 운명 아니겠느냐”는 강 전 장관의 발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김 후보 진영은 한껏 고무됐다. ‘고건-강금실-김근태’의 ‘범양심세력 대연합’의 지방선거 필승구도를 내건 김 후보 진영은 즉각 이런 내용의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물론 김 후보는 같은 시각 당초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 막판 세몰이에도 나섰다. 김 후보 진영에선 “상황이 좋다. ‘막판 뒤집기’가 이뤄질 것이 뻔하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흥분은 오래가지 못한 채, 이날 오후에 가서는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 어느 정치인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지 않다”며 앞서 보도된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강 전 장관의 발언이 소개되면서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강 전 장관은 김 후보 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나는 자유로운 개인인데 조금 지나치다”며 열린당 전당대회 이틀 앞두고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데 불쾌감마저 표시했던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보도 직후 이번에는 정 후보 진영이 김 후보 진영이 했던 것처럼, 즉각 보도 내용이 담긴 일부 언론 기사의 스크랩을 출입기자 이메일로 각각 발송했다.  

    당권경쟁이 초박빙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상황속에서 정·김 두 후보의 ‘강금실 모시기’가 ‘구애’ 수준을 넘어서 정·김 두 후보를 ‘울고 웃게’ 만들고 있는 꼴이다. 당 일각에서는 “강 전 장관이 쥐락펴락 한 사람이 어디 이들 뿐이겠느냐”면서 묘한 농을 던지기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