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내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국민중심당과의 지방선거에서 연대 혹은 연합공천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연대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충청지역 교두보 마련이라는 장기적인 목적과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국중당과의 연대로 인한 위험부담 사이에서 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중당과의 연대론을 먼저 제기하고 나선 쪽은 서울특별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김문수 의원이다.

    홍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한나라당은 국중당과 정책과 노선이 비슷하다"며 "오는 지방선거에서 연합공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이어 "한나라당과 국중당은 지역기반만 다를 뿐 이념과 정책, 색깔과 노선에서 상당히 비슷하다"며 "양당이 연합공천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의원은 연합공천을 비롯한 국중당과의 연대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내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국중당에 '호의'를 표했다. 그는 24일 천안을 방문한 자리에서 심대평 충청남도지사를 "새로운 정치를 개척하는 분"이라고 치켜올리고 "심 지사가 새로운 보수와 실사구시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자신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국중당과의 연대 혹은 연합공천 논란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27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5월 지방선거에서 다른 당과의 합당이나 연합 공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연대 주장을 일축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26일 '한나라당 대전·충남 정치아카데미 제2기 수료식'에 참석해 "심 지사는 충남도나 잘 지키지 도지사와 당수를 같이하면 되느냐"며 "우리 같으면 단칼에 날려버린다"며 심 지사의 정치행보를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정치를 바꾸려고 하니 충청도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한번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합쳐서(DJP연합) 찍었고 또 한번은 노무현 후보를 덜렁 찍었다"며 "경상도는 가만둬도 (한나라당을) 찍고, 광주는 아무리 욕을 하다가도 (선거 때는) 열린당을 찍는다"며 충청권 표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충남도당위원장인 홍문표 의원 역시 24일 지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0만 충남도민은 지사직을 이용해 정당을 창당한다고 했더라면 (지난 선거에서) 심 지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혹시 지역당을 통해 다른 정파와 손잡고 충청권 표를 넘겨주려는 시도라면 여기서 멈춰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심 지사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와 연합을 추진하고 있는 그는 심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국중당 바람'이 아직 충청권에서 조차도 미미한 가운데 '구시대 세력, 도로 자민련'이라는 비판속에 탄생한 국중당과의 연대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게다가 '연합공천'이라는 무리수로 인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당내 예비후보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중당과의 연대가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행정도시 문제'로 인한 반발을 무마하고 충청권을 공략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2007년 대선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위해 신중히 연대가능성을 점치는 기류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한편 국중당은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밝히고 있지만, 타당과의 연대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국환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연대에)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국중당의 후보들의 경쟁력을 분석해본 후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당선가능성'을 최우선에 둔다면 한나라당과 연대에 나설 수도 있음을 간접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