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나서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군축으로 양극화해소 재원마련'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인기영합주의적 발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손 지사는 24일 오전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 조찬 간담회에 참석, "(정 전 장관의 주장은) 정치 지도자로서 국가적 과제를 인기 영합주의적으로 풀어나가려 한 발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일문일답에서도 손 지사는 "양극화 문제는 기존에 있던 것을 잘라서 없는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제로섬'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국방비를 줄여 양극화를 해결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양극화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손 지사는 "국방비 감축 문제가 현실적이고 과학적이냐"고 반문하고 "현재 추진중인 국방 현대화 계획이 완성되려면 최소한 15∼20년 걸리고, 재원도 600조원 가량 소요될 예정인데, 국방비 감축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할 뿐더러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까지 지낸 사람이 이 기구에서 만든 국방 현대화 계획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 일고 있는 한나라당내 논란에 대해 손 지사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손 지사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장관이나 비례대표를 세울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에서 외부 영입에 대한 신화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입장을 표했다. 그는 "사회적 명망만으로 충분한 검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당의 유능한 인사들이 이미 경합하는 상태에서 자체 인력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대신 자칫 당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당내 인재영입위원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새로운) 여당 원내대표 선출로 공식 대화창구가 생기면 국회의 본질인 협상, 타협, 민주주의 룰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이데올로기적이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미국 정부 수준으로 대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북한인권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한나라당의 입장과 다소 거리를 두었다.

    이날 행사에서 '동북아의 미래와 평화경영정책'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손 지사는 '한미동맹' '민족공조' 등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실사구시적 상생·협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평화경영' 구상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