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치하에서도, 독재정권하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큰 백지에 떨어진 잉크 때문에 종이 전체를 찢는 일이나 마찬가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기독교사학수호비상대책위원회, 기독교학교연맹, 기독교학교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사학수호 한국교회 목회자 비상기도회’가 1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는 6000여명의 목사와 신자들이 몰려 3500명을 수용하는 교회 본당이 기도회 시작전에 이미 자리가 가득 찼다. 뒤늦게 온 신자들은 별관에서 방송을 보며 기도회에 참가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한기총 대표 최성규 목사와 총무 박천일 목사, 전 기독교감리회 감독회장 김선도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이사장 이원설 박사 등 기독교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기독교 신자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도 참가해 맨 앞자리에서 경청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목사와 신도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미처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도 40여명은 본당 뒤편에 줄지어 서서 설교를 듣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몇몇 신도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수첩에 메모를 해가며 관심을 나타냈다. 

    "사학 숨통끊은 노무현 정부"

    기독교인들의 분노는 김선도 목사의 설교에서도 잘 드러났다. ‘여호와께서 도우시리라’는 주제로 설교를 한 김 목사는 “정부가 사학의 숨통을 끊는 일을 단행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과거 거리의 구두닦이 소년들을 데려다 한글을 가르치고 지식을 가르친 기독교 사학이 위기에 몰려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사학법이 비리사학 척결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커다란 백지 한쪽에 떨어진 조그만 잉크 때문에 전체 종이를 찢어버리자는 법이나 마찬가지”라며 “사학법은 사학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학을 공립화해 공산화를 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제 치하에서도, 군사독재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다른 사람의 배후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김 목사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아멘!"을 연호하며 공감을 나타냈다.

    사학법 재개정의 취지를 설명한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이사장 이원설 박사는 노 대통령이 18일 대국민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양극화를 불러온 사람이 누구냐. 다름아닌 여당과 현 정부”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 정부 사람들은 선배들이 열심히 살아온 과거를 제대로 알고 일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성토했다. 

    한나라 이혜훈 "너무 분하다" 눈물 쏟아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기도회에 어떻게 참석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 속상해서 나왔다”며 “ 국민들이 이 법의 실체는 모르고 한나라당이 비리사학을 감싼다는 일방적 매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하는 도중 눈물을 터뜨리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순교하는 각오로 사학법을 막을 것이다. 이 법은 하나님의 사람을 길러낼 수 없게 만든 법이다. 악법이 개정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교회 사학수호 성명서’를 발표하고 '순교적 헌신을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성명서는 “역대 어느 정권도 기독교와 가톨릭의 전면적인 반대를 극복하고 법 개정을 밀어붙인 적이 없었다"며  “우리는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생각 때문에 단호하게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도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사학수호 관철하여 우리자녀 지켜내자 ▲사학악법 통과시킨 정부여당 각성하라 ▲신앙자유 위협한다 순교로서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영락교회에서 서울시청앞까지 행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