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위 진압에 나서는 전의경 진압복에 명찰을 붙일 계획이라고 15일 밝히자 네티즌과 전의경 부모들은 ‘폭력시위대도 이름표를 붙이고 시위에 나서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난 7일 전의경 부모들이 ‘폭력시위를 자제해 달라’, ‘전의경들의 인권도 생각해 달라’며 벌인 시위가 관심을 끈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조선일보 “폭력 시위대 머리에도 이름 써 붙이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16일자 사설을 통해 경찰청의 전의경 명찰 달기 계획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름표는 폭력시위대부터 달도록 하라’는 사설에서 “폭력시위대의 매타작으로 작년 한해만 740여명의 어린 전경들이 다친 상황에서 이런 걸 ‘묘안’이라고 내놓은 경찰 상층부의 의식수준은 한심스럽다”고 비판하며 “남의 자식 데리고 있는 책임자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찌 이리 얕기만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사설은 “시위대가 집회신고를 하고 자기 주장을 펴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일단 질서 유지선을 넘어서면 그때는 법에 따른 제재를 받아야 한다”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시위대는 ‘약자’,  경찰은 ‘강자’라는 이분법이 자연스러웠지만 세상은 한참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는 유일한 길은 진압복에 명찰을 붙이는게  아니라 폭력시위대 이마에도 명찰을 붙이는 것, 즉 불법 폭력 시위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끝까지 법이 정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세우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도 “쇠파이프 시위대와 전의경이 대결하는 한국 시위 현장에 볼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됐다”며 “앞으로 살상 무기로 무장한 시위대 앞에서 방패만 든 전의경이 명찰을 달고 '사열받는 생도'처럼 서있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전의경의 얼굴이 분간하기 어려운 '익명성'이 결국 과격 진압을 불렀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동아일보는 “얼굴을 가린 방석모(헬멧)의 철망은 전의경의 생명을 위협하는 돌멩이, 볼트·너트, 쇠파이프, 죽창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폭력 시위대의 익명성은 보장되고 진압 경찰만 이름을 드러낸다면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깨져 경찰의 진압은 더욱 위축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동아일보는 '개똥녀 사건’, ‘연예인 X 파일’ 등 사이버테러 문제가 연일 터져나오는 현실에서 전의경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신문은 “시위대가 명찰을 부착한 전의경의 모습을 촬영해 사이버 테러를 하고 사적으로 위협하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시민단체들은 시위단체들에게도 폭력을 휘두르지 말라고 요구해봤는지 알고 싶다”고 꼬집었다.

    네티즌 “전의경 사이버 테러 우려된다”

    네티즌의 반응도 비판 일색이다. 네이버 뉴스 게시판의 ‘vnvnvv81’은 '시위 참가자들의 신분 확인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시위 신고서를 낼때 참가자 전원의 신분증을 제출한 후 시위를 하자”며 “전의경이 먼저 폭력을 쓴 것은 쌍팔년대 이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대체 시민단체가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제나 시위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왔다는 ‘rution’도 “이건 정말 아니다. "과잉 진압과 과격시위 양상은 경찰 지휘부와 시위진행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는데 왜 그 결과물을 애꿎은 전의경들에게 뒤집어 씌우느냐”며 “전쟁과 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시위현장에서의 잘못은 전적으로 그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lishaz’는 “명찰을 달면 시위대들이 전의경의 이름을 온라인상에 유포하면서 ‘이 XX가 사람쳤어요’라고 떠들 것이 분명하다”며 “그렇다면 그 전의경들의 인권은 어떻게 되느냐. 이들의 인권은 무시하고 폭력시위대의 인권만 챙겨주는 것이냐.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냥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이란게 책상에서 좋은 말 한다고 얻어지냐”

    균형감 없이 이뤄지는 인권정책을 질타하는 의견도 많았다. 'ggupsil'는 “인권은 책상에서 좋은 말씀 하신다고 얻어지는게 아니다”라며 “제발 좋으신 말씀 전에 현실도 고려해 달라. 인권 단체 여러분의 진저리쳐지는 탁상공론 때문에 우리 아들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는 보도가 나가자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fbwond’는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시민인데 왜 일부가 모여 시민단체라고 참칭하면서 사회 질서를 문란시키느냐”며 “시민단체들은 이 사회가 무질서·무법천지가 되어 붕괴되고 말아야 민주사회라고 보는 것이냐. 책임감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이론가들과 데모꾼들!”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dlaudtjr1’는 “지금 작태는 전의경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식별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식별은 강간범이나 살인범들에게도 인권문제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경들에게 하겠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의경부모 등 “전의경들에게는 이미 국가가 내려준 ‘경찰’이라는 이름이 있다”

    전의경부모와 전의경 출신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인터넷 다음 ‘전의경 그들의 삶’ 까페의 ‘미하나다수하나다임당’은 “모든 폭력 시위의 책임을 전의경에게 지우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미 전의경들에게는 국가가 내려준 ‘경찰’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말했다.

    ‘전의경 부모들의 모임’의 ‘사랑’은 “이제 우리 자식들에게 명찰을 달자고 한 고위층들이 시위진압에 나서라”며 “시키는대로밖에 할 수 없는 전의경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문제가 발생하면 시위를 진압한 전의경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처사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