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윤재만 대구대 법학과 교수(헌법학 전공)가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정당 간의 물리적인 격돌중에 강행 처리된 뒤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전국을 양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사학법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학법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우선, 이 문제는 교육을 원칙적으로 국가가 독점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국가 권한의 보충성 원칙과 사적자치의 원칙을 부정하고, 경제든 교육이든 사적 영역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국가가 계획하고 주도해야 한다는 사상은 대한민국 헌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사람은 자기의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가치관·사상·종교·세계관이나 교육방법에 따라 교육하기 위해 사학을 설치·운영할 자유를 가지며,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순수 학문 발전 등을 포함한) 가치관·사상·종교·세계관 등에 따른 학문 연구와 연구 결과를 교수하기 위한 대학 등 학문기관을 설치·운영할 자유를 가진다고 해야 한다. 

    물론, 사학의 설치·운영 자유는 기본권으로서 연구·교수 및 교육권, 교직원의 신분보장 등 공익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한은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국가는 연구·교수 내지 교육권의 보호를 위해(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학교법인에 사학 설립자로 하여금 재산을 출연하도록 하고 재산을 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학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을 무상으로 수용하지 않고도 그러한 공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설립자의 재산 출연 지분에 따른 정당한 보상 등 재산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공익을 보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학법안은 사학 설립자의 출연 재산을 결과적으로 무상수용하고 있다. 즉, 사학법안은 학교법인 해산시에도, 그리고 사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사학운영권을 박탈할 경우에도 사학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에 대한 아무런 보상을 보장하지 않는다. 물론 학교법인 해산시에는 잔여 재산을 정관으로 정한 자에게 귀속시킬 수는 있으나, 이 정관 변경도 국가의 인가사항이므로 실제에 있어서는 국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재산권의 무상수용은,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을 수용할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3항에 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거액의 재산을 출연이라는 이름으로 무상수용 당하지 않으면 사학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기본권으로서의 사학설치·운영의 자유를 동시에 침해하게 된다. 또한, 사학이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지정된 용도로만 사용돼야 하고 사학의 부동산이나 기본재산을 증식하는 데에는 사용될 수 없는 사실을 도외시 한다고 하더라도) 사학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 부분까지 무상수용돼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음으로, 사학의 비리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 역시 위헌적이라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건학이념과 같은 성향의 개방형 이사라고 하더라도 건학이념의 구체적 실현 방법에 있어서까지 항상 사학 설립자와 견해가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는 만큼 사학 설립자의 사학 운영의 자유를 간섭·제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보조금 사용이나 교직원 임용상의 비리 등은 사학 운영의 자유를 간섭·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국가보조금 교부시 지시된 용도대로 집행되도록 하거나 법정 인사 기준대로 임용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효과적인 비리 방지 시스템과 제재를 통해 방지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학법안은 사학의 설치·운영의 자유 침해 및 재산권의 무상수용 등 심각한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취임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국회는 모든 위헌적 요소가 제거되도록 다시 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