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번엔 '불우이웃돕기' 경쟁에 나섰다.

    열린당 나눔운동본부는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나눔 희망나눔 2005 열린나눔이 대축제'를 개최했고 한나라당도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 앞에서 '나누미 봉사단' 출범식을 갖고 당 여성위원회 주관으로 '릴레이 봉사 대행진'을 시작했다.

    열린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16개 시도당 및 당원협의외에 건설된 179개 지역 나눔운동본부장과 열린나눔이가 참여하는 행사"라고 설명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이 민생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국민 속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여성위원회의 지속적인 봉사활동이며 당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열린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매달 몇 차례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이날 행사를 통해) 그동안의 활동을 결산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회관에서 (그 동안의 활동상황을) 전시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출범식 이후 월 1회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연희 사무총장은 오늘 당직자 부인들이 경기도 의정부에서 장애우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두 당의 이 같은 행보는 민생현안이 산적한 연말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하며 임시국회마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양당 모두 '이미지 제고'를 위한 액션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당이 '불우이웃 돕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 진정성에는 의심이 든다. 현재 국회에는 본관과 의원회관에 각각 2개씩 불우이웃 돕기 모금함이 설치돼 있다. 국회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20일간 '이웃 돕기 성금모금함'을 설치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모금을 한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 본회의장 앞에 설치된 모금함은 매우 썰렁하다. 9일 사학법 개정안의 통과 이후 국회가 파행되며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각 당 모두 일주일에 서너번 이상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있고 본회의장 앞은 여전히 의원들의 발걸음이 잦다.

    열린당의 경우 이날 본회의장 맞은편에 위치한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고 한나라당은 열흘째 의원들이 교대로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있어 본회의장 앞을 수시로 지나다닌다. 때문에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본회의장 앞에 설치된 모금함을 보지 못했을 리 만무하다. 의원들이 진정으로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모금함을 보고 그냥 지나치진 않았을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모금함은 열흘이 지나도록 썰렁하고 초라해 보인다. 국회 본관 앞에서 근무하는 국회 관계자는 '모금함에 모금을 하는 의원들을 봤느냐'는 질문에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당의 '불우이웃돕기 경쟁'을 단순한 '이미지 정치'로 밖에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정쟁으로 얼룩진 정치권이 연말이 되면 행해지는 불우이웃 돕기만큼은 단순히 '보여지는 정치'가 아닌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진실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