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면에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전공)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말 잘하는 대통령이 사신(私信)정치로 은둔한 가운데 권부(權府) 의 실세들은 막말에 의존한 매도(罵倒)정치로 좌충우돌하고 있다 . 황우석 교수와 MBC TV ‘PD 수첩’팀의 터무니없는 싸움에 대 령이 끼어들어 낭패를 보기가 무섭게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 은 최근 있은 조선대 특강에서 근거 없는 피해 의식과 일방적인 공격심리가 뒤섞인 폭언을 쏟아내 구설수에 올라 있다. 무분별한 끼어들기와 폭언들이 뒤범벅되어 대한민국 정치가 막말의 난장 굿거리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이병완 비서실장의 강연을 재구성해 보면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은 기득권 가진 자의 도덕적 타락과 방종에 기인하고, 노무현 정권의 지지도 하락은 노 정권을 인정할 수 없는 본질적인 ‘비토세력’ 때문이며, 국민의 정부에서 권력의 금단현상에 떨던 보수를 가장한 수구·극우세력이 지금은 권력의 착란증세를 보이며 2007년 권력을 되찾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계급혁명의 출정식 연설 같아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근거없는 선동에 식상한 지 오래다. 이 실장의 강연은 참여정부의 무능력을 호도하기 위한 아첨꾼의 공허한 핏대세우기 쯤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 핏대는 노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을 더 부각시킬 뿐으로, 주군을 보호하기보다는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최소한의 권위마저도 손상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국무총리와 홍보수석에다 비서실장까지 가세한 ‘노(盧)비어천가 ’ 트리오의 소음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더 높일 뿐이다. 연정론 때의 29% 지지율이 지금은 18%로 떨어지지 않았 는가? 국민들은,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지자 초조한 나머지 이를 호도하기 위한 대국민 선전용 발언으로 받아들인다. 

    노 대통령과 권부 실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 정권의 책임 전가식 넋두리에 휘둘릴 여유가 없다. 현 정부 들어 점철되고 있는 기득권에 대한 맹목적인 뒤집기 의식의 환기, 파괴적인 ‘소용돌이의 정치’, 일방적인 ‘매도’에 의존한 선동정치에 대다수의 국민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부유층·기득권층을 무력화하려는 기도에 국민들은 싫증을 내고 있다. 그런데 10여개의 과거사위원회를 앞세운 ‘과거사 바로세우기’는 국민을 대립·갈등의 골짜기로 내몰 것이다. 게다가 친북·친중, 반일·반미 노선이 대한민국을 동북아시아의 주변국으로 전락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다.

    대통령과 권부는 기본과 상식을 되찾아야 한다. 민주적 리더십은 무조건적인 탈권위가 아니라 분별력으로 절제된 권력, 제압이나 매도가 아닌 ‘수범’과 ‘설득’의 능력, 그리고 위선이나 응석이 아닌 결연하나 포용적인 인격이 뒷받침될 때 통치의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난장판·매도정치로는 민주주의를 가꿀 수 없 다. 이러다가는 지도자의 권위가 추락하기 십상이다. 이미 많은 국민이 가을길 낙엽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키아벨리는 최악의 지도자 유형으로 ‘국민으로부터 경멸받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국민의 지도자에 대한 경멸은 ‘무능’으 로부터 연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정치에 있어서 최대의 타락은 지도자의 무능”이라고 갈파했다.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과 권부의 실세는 마키아벨리의 경구를 곱씹고 심기일전(心機 一轉)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자존심 을 위해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조소받고 경멸받는 지경에, 그래서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공포에 근거한 독재’ ‘국민으로 부터 미움을 사는 부패’보다도 더 타락한 무능에 빠지기를 원하 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