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기흥·구리 기습 '3중 규제' … 규제 만능주의 도돌이표집값 고점 찍었는데 뒷북 규제 … 타이밍 놓치고 정책 취지 훼손10·15 대책 후 인근 비규제지 거래액 2.5배 ↑ … 풍선효과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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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더이상 해드릴 멘트도 없어요. 매번 같은 패턴이잖아요. 어차피 규제할거였으면 타이밍이라도 빨랐어야 했는데 왜 이제서야라는 의문이 들긴 합니다."

    지난 30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지역 확대 방안을 두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할 말도 없고, 비판도 아깝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전역과 주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불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현 정부가 이전 진보정권과 같은 '집값 상승→규제지역 지정' 방식의 뒷북 규제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규제안 발표 직후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에게도 전화를 돌려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일 것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장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져왔다.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규제 전 막차 수요가 동탄과 기흥, 구리시에 집중됐고 덩달아 집값도 고점을 뚫었다. 뒤늦게 규제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미 집값은 오를 만큼 오른 뒤였다.

    타이밍이 늦었다면 정책 설계라도 촘촘해야 할텐데, 현실은 문재인 정부의 '단세포' 규제 복사판이다. 국토교통부가 사전예고 없이 규제지역 확대를 기습 발표하는 등 변칙수를 뒀지만 그 내용은 새로울 게 없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집권 1년만에 집값은 폭등했고 어느새 정부는 문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앞서 문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25개 구와 과천시,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후속인 '9·5 대책'에선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를 규제지역에 포함시켰다.

    이듬해엔 '8·27 대책'으로 광명과 하남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고 2020년 '6·17 대책'에선 수도권 전반과 대전, 청주까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시켰다. 구리나 안양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풍선효과로 인근 집값이 폭등했고 매수세는 수도권 전반으로 번졌다.

    현 정부 들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3중 규제로 묶었지만 곧바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도 규제지역과 맞닿은 18개 연접지역의 주택 매입 금액은 15조5882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6조269억원 대비 2.5배나 뛴 금액이다.

    이번 규제지역 추가 지정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는 게 시장 내 중론이다. 이런 식이라면 수도권 전체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판이다. 

    시장 꽁무니만 쫒고 있는 정부 행태를 보면 불현듯 어린 시절 동네축구가 연상될 정도다. 공 하나만 보고 11명 전원이 우르르 몰려다니다 결국 패배하는 게 동네축구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다만 적어도 공이 오면 일단 뛰었지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동네축구가 현 정부의 정책 행보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한 쪽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또다른 한 쪽이 튀어오른다. 한 지역의 거래를 묶어놓으면 옆동네 집값이 뛰고, 매매를 잡으면 전·월세가 널뛴다.

    그래서 부동산 규제는 신속하되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명확한 '타겟팅'이 필수다. 거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퇴로도 열여둬야 한다. 지금과 같은 마구잡이식 규제는 수도권 전체 집값에 불을 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