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8강서 도미니카에 콜드게임패 수모38세 베테랑 류현진이 중책류현진 후계자 없으면 아시안게임·올림픽 미래도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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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에 의지한 한국 야구는 WBC에서 콜드게임 패배라는 수모를 당했다.ⓒ연합뉴스 제공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적의 8강 진출 기쁨도 잠시, 한국 야구는 세계적인 굴욕을 당했다.한국 야구대표팀은 부푼 기대감과 상승세를 안고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을 펼쳤지만, 지난 14일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미국 메이저리그(MLS) 소속 선수를 대거 보유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한국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8강에서 굴욕적인 콜드게임 패배는 한국 야구의 현실, 한국 야구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나 투수다. 투수 풀이 이렇게 얇아서는 한국 야구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도미니카공화국전에 선발로 나선 투수는 류현진이다. 괴물 류현진.그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좌완이라 불리는 전설. 그러나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이다. 올해 나이 38세다. 이런 선수에게 최고의 대회 중책을 맡겼다. 한국 야구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경쟁력이 떨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물론 류현진은 최선을 다했다. 패전 투수가 됐지만, 그 누구도 류현진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다. 그는 많은 나이에도 한국 야구를 위해,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다. 류현진은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류현진은 1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그는 한국 대표팀의 전설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 최고의 영광이라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이어 2009년 WBC 준우승. 한국 야구는 황금기를 맞이했고, 그 중심에 류현진이 있었다.류현진이 16년 동안 대표팀을 비운 사이, 한국 야구는 무엇을 했나. 류현진의 '다음'은 등장하지 않았다. 포스트 류현진은 씨가 말랐다. 그럼에도 애써 외면했고, WBC 희망반 부풀렸다.8강전 선발이 류현진이라는 건, 류현진의 과거의 영광에 의지한 것에 불과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베테랑 류현진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한국 야구는 여전히 류현진의 영광 아래서 빠져나오지 못했다.이번 WBC는 한국 야구에서 투수 육성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을 알려준 대회였다. 류현진의 '다음'이 없으면 한국 야구의 '다음'도 없다는 것을 선언한 대회였다.포스트 류현진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야구 전체의 문제다. 투수 풀이 좁아도 너무 좁다. 2009 WBC 준우승 당시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봉중근 등 강력한 20대 투수들이 힘을 모았다. 지금은 한 명 찾기도 힘들다.사실 대회 전부터 구멍이 보였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 나서면서 마땅한 선발진을 꾸리지 못했다.원태인, 문동주, 안우진이 부상으로 승선하지 못하자 38세 류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42세 노경은, 36세 고영표도 대표팀에 합류해 중책을 맡아야 했다.물론 대표팀에 모두 젊은 선수만 포함돼야 하는 건 아니다. 경험을 가진, 팀을 어우를 수 있는 베테랑도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 선수가 노장이라는 건, 분명 건강하지 못한 팀이다. 대표팀의 젊은 투수들은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때문에 베테랑들이 최선봉에 나서야 했다.한국의 선발 투수들은 이번 대회 1라운드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3이닝을 넘기지 못했다.세계 수준의 투수들과 격차도 컸다. WBC 조별리그에서 한국 투수들의 직구 계열 평균 구속은 시속 144.9㎞로 20개 팀 중 18위로 최하위권. 도미니카공화국(153.4㎞)은 물론, 미국(151.9㎞), 일본(151.2㎞) 등 세계 강호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경쟁국들은 투수력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평균자책점 5.91은 8강 진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8강 진출국 중에 평균자책점 4점 이상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바로 다음으로 평균자책점이 나쁜 미국도 3.40이고 1위 도미니카공화국은 1.98이다.이런 제자리걸음은 세계 최고의 무대 MLB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야수들은 꾸준히 빅리그에 진출하고 있지만, 투수는 없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한국 선수 중 MLB를 밟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KBO리그에서도 특급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시즌 MVP를 거머쥔 코디 폰세를 비롯해 리그를 주도하고 있는 선발은 외국인이다. KBO 구단들은 어렵고, 고된 길인 토종 투수를 키우는 대신 쉽고 빠른 외국인 투수 영입에 더욱 적극적이다.올 시즌에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해 토종 투수의 자리를 더욱 좁아질 것이다. 10개 구단 중 9개 구단이 아시아 쿼터로 투수를 선택했다.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 야구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욱 크다. 새로운 에이스 발굴 실패와 세대교체 실패.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국 선발 투수 선수층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건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고,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
- ▲ 류지현 감독과 류현진이 WBC 일정을 마치고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뉴데일리
투수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국제 대회 성적은 더욱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6개국만 본선에 참가하는 2028 LA 올림픽 출전부터 장담할 수 없다.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지난달 발표한 LA 올림픽 야구 본선 진출팀 확정 방식에 따르면 이번 WBC에서 올림픽 개최국 미국을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 상위 2개 국가에 올림픽 출전권이 돌아간다.이어 2027년 11월에 열리는 WBSC 주관 대회 프리미어12에도 2장이 배정됐다. 이때는 아시아대륙 상위 1개 나라와 유럽 또는 오세아니아 대륙 국가 상위 1개 나라가 LA에 간다. 이 말은 즉, 올림픽에 가기 위해서는 '난적' 일본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11연패 중인 일본을. WBC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대만도 넘어야 한다.프리미어12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2028년 3월로 예상되는 올림픽 최종 예선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한다.어려운 과제를 안은 채 대회를 마친 류지현 감독은 "국내 선수가 팀에 보통 3~4명 정도 선발로 활동하고 있는데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려면 더 많은 선수가 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 야구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서 좀 더 경쟁력 있는 대표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16일 마지막 대표팀 활약을 끝낸 후 귀국한 류현진.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마지막까지 국가대표로 함께 할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었다. 후배 선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느꼈을 것이다. 프로야구 시즌도 중요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게 선수들이 기량을 더 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아는 것이 첫 번째다. 구속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