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외교상 기밀' 규정 위헌 주장대법, 징역 6개월 집유 1년 확정
  • ▲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효상 전 의원이 2021년 7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효상 전 의원이 2021년 7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강효상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월 외교상 기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강 전 의원에게 두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해 준 전직 외교관 A씨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이에 강 전 의원은 형법 제111조 제1항과 제113조 제2항 중 '외교상 기밀' 부분에 위헌성이 있다며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재심을 통해 무죄를 다툴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교기밀'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해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며 "기밀 지정권자의 자의적 지정에 따라 그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인 '재판소원'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 개정 헌법재판소법은 법 시행일 이전 30일 이내에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강 전 의원의 확정 판결은 이미 30일이 지난 상태다.

    강 전 의원은 2019년 5월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인 고등학교 후배 A씨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 관련 통화 내용을 듣고 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밝혔다.

    강 전 의원은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참고하겠다"며 A씨에게 통화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고 대미 관계 개선 촉구를 위해 정보를 밝혔다는 입장이다. 당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은 외교부 3급 기밀이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9월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A씨에게는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강 전 의원이 탐지·수집·누설한 외교상 기밀의 내용과 중요성, 그 대상과 방식 등에 비춰 죄질과 범정이 무겁다"면서도 "방한이 조속히 성사돼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미국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 간 외교적 신뢰를 위해 공식 발표될 때까지 엄격하게 비밀로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 역시 "강 전 의원은 외교상 기밀 누설에 대한 고의가 없고 국회의원으로서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법리 오해를 주장하지만 1심에서 적절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 전 의원과 검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강 전 의원은 이에 불복했으나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지난 1월 29일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