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창작산실' 선정작…23일~2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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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몸 기울여'의 신진호 연출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 '몸 기울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순간들을 다룬다. 일을 하면서, 관계 속에서, 선택 앞에서 우리는 늘 어느 방향으로든 기울어지죠. 그 '기울어짐'이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주제는 우리가 어른이 되기 위해 당연하다고 여겨온 과정들 속에 숨어있는 폭력이다. 인간이 폭력을 알아차리고 멈출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극단 비밀기지를 이끌고 있는 신진호 연출가가 신작 '몸 기울여'를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지원사업 '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하 창작산실)' 선정작으로, 23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초연된다.최근 대학로 예술가의집 라운지에서 만난 신 연출가는 "몸을 뒤로 기울이는 사람은 발밑의 현실, 지금 여기의 작은 상처들을 보지 못한 채 추상적 거리감 속에서 과거를 흐린다. 반대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사람은 가까운 땅, 가장 작은 균열과 흔적을 직시한다. 극 안에는 상반되게 몸을 기울이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거나, 과거를 마주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몸을 기울여서 과거를 제대로 마주해야 하는지 물으려 한다"고 밝혔다.연극은 가상의 지역 도암읍 내 군기지 이전과 길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범인도 살해 동기도 묘연한 가운데 정형사 홍인과 그의 전처 서라는 직접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군기지 폐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사회 속에 은폐된 폭력의 구조를 드러낸다.남성 중심 권력의 그늘이 드리운 사회에서 "더 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 누군가에게 행해졌던 폭력은 다시 다른 약자를 향해 재생산된다"를 논하고 싶었던 신진호 연출가는 캣맘, 도축, 학대 등 각종 폭력의 소재를 떠올리며 이 비극의 회로를 완성했다. 폭력의 피해자였던 소년이 커서 폭력의 주체가 되어 겪는 서사를 정교하게 엮었다.그는 "이 작품은 특정 지역을 넘어 현재 우리 사회의 삶을 비추는 이야기다. 삶 속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굴레를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남성성의 문제를 다루지만, 결국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
- ▲ 연극 '몸 기울여' 관련 이미지.ⓒ한국문화예술위원회
희곡을 쓴 김윤식 작가(33)는 '묵티', '띨뿌리', '고인돌 위에 서서'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쉽게 지나쳐 온 삶의 장면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을 연극적으로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신 연출과 김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동기로 각각 연출과, 극작과를 전공했다. 이번 협업은 김 작가의 제안으로 꾸려졌다. '몸 기울여'는 2024년 창작산실 대본 공모에 뽑혔으며, 지난해 '창작산실' 공모에 이름을 올리고 쇼케이스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신 연출가는 "한국 연극이 페미니즘, 기후위기, 다양성, 젠더 등의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남성 권력에 대한 이야기는 회피하고 싶은 주제 중 하나인 것 같다. 공모에 지원했을 당시 '12·3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을 때여서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연극계 안에서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작가가 많은 용기를 줬고, 저도 동의가 됐다"고 말했다.신진호는 연극 '종이인간'(두산아트랩 2018), '낭떠러지의 착각(2018), '햄릿연습'(2018), '카르타고'(2021), '사라의 행성'(봄작가 겨울무대 2022), '소년 대로'(2023), '라이더-On the radar'(2023), '애도의 방식'(2024) 등을 무대에 올렸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현재 사회 체계와 제도 내에서 일어나는 모순적 사건들을 다뤄왔다.지금까지 사건의 단면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여백과 사유의 공간을 남기는 연출을 해왔다면 신작은 다르다. "이런 연극도 가능하구나?" 싶을 만큼 낯선 시도에 도전한다. 그는 "이번엔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 동안 무대를 비워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몸 기울여'에서는 맥시멀한 무대, 반복되는 움직임 등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무대는 정육점과 군기지 공터의 폐허를 모티브로 삼아 인물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으로 설계했다.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불안을 관객이 느끼도록 공간을 열어뒀다. 정형칼, 군부대의 흔적, 사라지는 고양이 같은 오브제는 생존과 폭력, 제도 속의 힘, 희생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하나의 장소라기보다 폭력이 쌓여온 상태를 담아내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