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에 무역법301조 조사 청원…美정부 45일내 입장 내놔야'쿠팡 차별' 결론시, 한국에 관세 등 보복 가능
  • ▲ 쿠팡.ⓒ뉴데일리DB
    ▲ 쿠팡.ⓒ뉴데일리DB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두고 미국 정부에 직접 개입을 요청하면서 쿠팡 사태가 통상 문제로 확대될 조짐이다.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각)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고 이 때문에 주가 하락 등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회사는 한국이 제한적인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구실로 정부 차원에서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향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청원에 나섰다.

    쿠팡의 한국 법인 지분 100%는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으며, 쿠팡 모회사 의결권의 70% 이상은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보유하고 있다. 그린옥스의 창립자 겸 파트너인 닐 메타는 쿠팡Inc의 이사회 멤버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높은 수위의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쿠팡 등 미국 기술기업을 대변하는 미국 재계 단체와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도 이 사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적극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투자자들의 이번 행동은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팡 투자자들이 언급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정책·관행으로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줄 경우 이에 대응할 권한을 미국 행정부에 부여한다.

    이해관계자 누구나 조사를 청원할 수 있으며, USTR은 청원 접수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45일 안에 쿠팡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청원으로 인해 미국 행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USTR이 조사 개시를 결정하면 한국 정부와 협의에 나서게 된다.

    이 협의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조사를 통해 미국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USTR은 관세나 수입 제한 등의 조치로 한국에 보복할 수 있다.

    실제로 쿠팡 투자자들은 USTR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에서 한국의 서비스 제공 제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청원했다.

    아울러 USTR이 301조 조사를 개시할 경우 쿠팡뿐 아니라 한국의 디지털 분야 규제 전반을 문제 삼으며 사안이 더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논의된 온라인 플랫폼법과 최근 제정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우려를 나타내왔다.

    한국 입장에서는 쿠팡 투자자들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주장에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각종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해 먼저 한미 FTA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는데,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한미 FTA 위반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은 디지털 규제가 미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만큼 차별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심각한 우려 사안인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며 이 문제는 통상이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