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25% 관세 현실화중국 겨냥한 조치지만…韓 중장기 부담 불가피한미 협상 결과에 시선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AP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반도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당장은 중국이 대상이지만 관세 적용 여부가 '미국 내 기여'라는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만큼, 한국산 반도체도 중장기적으로 정책 변수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국 겨냥했지만…관세 기준은 '미국 내 기여'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된 반도체나 반도체 파생 제품이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이나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대만에서 생산된 뒤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엔비디아의 AI칩 'H200'이나 AMD의 'MI325X'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엔비디아와 AMD는 이들 AI 칩 제조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연합뉴스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연합뉴스
    ◇ 국내 직접 영향은 제한적…중국 변수에 시선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차적으로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성격이 강한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해 엔비디아나 AMD에 납품한 메모리가 최종적으로 중국으로 수출될지, 미국 내에서 사용될지는 공급사 입장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 역량 강화라는 정책 목표 아래 H200 도입 이후에도 사용 범위를 제한한 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AI 칩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주변부로 밀려난 상태"라며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 제약을 받아오다가 이번에 H200 판매가 허용됐다고 해도 단기간에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불확실성은 확대…'가격 부담·추가 관세' 경계

    그럼에도 25% 반도체 관세가 공식화한 만큼 중장기적인 가격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이미 메모리 납품 계약과 공급이 이뤄진 상황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즉각적인 가격 조정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고객사들이 메모리 제조사에 관세 부담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산업 기여'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문제"라며 "앞으로 어떤 정치적 변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포고문 서명 이후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 ▲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유니온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유니온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혜국 대우'가 완충 역할하나

    한미 양국의 지난해 11월 관세 세부 협상 결과, 한국 반도체 업체에 대해 대만·일본·유럽연합(EU) 등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대만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으로, 타결 이후에는 우리나라도 같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한편 방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포고문의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귀국 일정을 연기했으며 "업계와 협업하면서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