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0 등 수입 후 재수출 AI 반도체 25% 관세판매액 25%, 美 몫…관세 확대 가능성 시사'상호관세' 위법 여부 대법원 판결은 미뤄져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포함한 수입 반도체 전반에 대해 관세를 확대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AI 칩 'H200' 등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며, 가까운 시일 내 보다 광범위한 반도체 관세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포고문에 서명한 뒤 "H200은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매우 좋은 수준의 칩이다. 중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이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다.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칩인 '블랙웰'과 곧 출시 예정인 '루빈'을 언급하면서 "그 두 개가 최상위이지만, 이것(H200)도 아주 좋은 칩"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하며 판매액의 25%는 미국 정부에 지급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도 전날 H200의 중국 수출을 위한 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사실상 전량이 대만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된 뒤 다시 수출되는 구조다.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22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상무장관은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파생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조건과 규모로 수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된 특정 반도체가 기술 공급망 구축이나 반도체 파생 상품의 국내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백악관은 관세 적용 대상에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25% 관세를 조건으로 H200의 대중 수출길을 열어줬음에도, 중국 당국은 해당 칩의 수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세관 당국이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H200의 반입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도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H200을 구매하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는 조치이자,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지난달 기준 개당 약 2만7000달러(약 4000만 원)에 달하는 H200 칩 200만개 이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판매가 이뤄지면 판매액의 25%를 받게 되는 미국 정부 몫은 약 135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심 광물 수입이 미국 안보에 부합하도록 교역 대상국들과 협상을 개시하라는 내용의 포고문에도 서명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특정 핵심 광물에 대해 최소 수입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위법 여부와 관련한 판결은 내놓지 않았다. 대법원은 3건의 판결을 공개했지만, 관세와는 무관한 사안이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를 심리 중이다.